최연소 항일지사 주재연 기념사업 표류

2009.03.01 17:39

전남도·여수시 무관심… 3년 허송

해방을 1년 앞두고 일본 경찰의 고문으로 숨진 ‘국내 최연소 독립운동가’ 주재연 지사(1929~44)의 기념사업이 흐지부지될 상황이다.

전남 여수 출신의 주재연 지사는 2006년 8월 국가보훈처로부터 항일독립운동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애국지사.

경향신문이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주 지사의 ‘형사재판 판결문’을 찾아 ‘일본 패망 전파하다 숨진 소년항일지사 있다’(2006년 3월1일자 1면)고 보도한 것이 계기가 되어 독립유공자로 인정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주 지사는 14세이던 1943년 봄부터 자신의 동네인 여수시 돌산읍 작금마을을 돌며 ‘일본은 곧 망한다’는 말을 퍼뜨리고, 9월엔 마을 뒷산 바윗돌 4군데에 ‘朝鮮日本 別國’(조선일본 별국·조선과 일본은 딴 나라) ‘日本鹿島 敗亡’(일본녹도 패망·일본 놈 패망) ‘朝鮮萬歲(조선만세)’ ‘朝鮮之光(조선지광·조선의 빛)’이라는 한자를 새긴 사실이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주 지사는 징역 8월, 집행유예 4년형을 받고 이듬해 1월 석방됐다.

그러나 재판과정에서 “배후를 대라”며 가해진 혹독한 고문으로 석방된 지 1개월 만에 숨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박준영 전남도지사, 김충석 여수시장은 주 지사의 묘소와 생가터를 참배한 후 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생가터 복원, 기념관 건립, 추모행사 등의 기념사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박 지사 등은 “유관순 열사에 버금가는 기념사업을 마무리한 후 3·1 운동 90주년 기념행사를 여기에서 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기념사업은 3년이 지난 지금 전남도의 무관심, 여수시의 뒷짐으로 무산 위기를 맞고 있다.

전남도 보훈업무 담당 노영환씨는 1일 “그동안 여수시에 전화·공문을 통해 추모사업계획서를 올리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며 “여수시의 의지가 약해 기념사업이 늦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여수시 박윤범 복지행정담당은 “사업추진의 근거로 삼을 만한 자료가 부족하고, 지자체에서 할 일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주 지사의 조카 춘배씨(72)는 “일제가 남긴 재판기록만큼 확실한 증거가 어디 있겠느냐”며 “전임 시장이 공약한 기념사업이라서 없신여기는 것 같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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