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쿨 잠자던 악기, 소중한 꿈을 깨우다

2022.06.19 15:39 입력 2022.06.19 23:37 수정

서울시 ‘악기 기증·나눔 캠페인’ 3년간 2622점 전달…낙원상가 전문가 손 거쳐 취약계층에

서울 마포구에 소재한 사단법인 맑음터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이 지난해 6월 서울시가 재기증한 악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있다(왼쪽 사진). 경기 여주시 여주소망교도소 교도관이 지난해 서울시가 수리해 기증한 악기를 전달받고 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제공

서울 마포구에 소재한 사단법인 맑음터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이 지난해 6월 서울시가 재기증한 악기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있다(왼쪽 사진). 경기 여주시 여주소망교도소 교도관이 지난해 서울시가 수리해 기증한 악기를 전달받고 있다.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 제공

# 여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A씨는 ‘서울생활문화센터 낙원’(낙원) 관계자에게 최근 꿈속에서도 기타를 연주한다고 전했다. 다른 수감자들과 함께 앙상블 협주를 연습하며 음악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들이 연주하는 악기는 서울시가 낙원을 통해 지난해 여주교도소에 기증한 것들이다. A씨는 “교도소에서 협주한 동영상을 가족들에게 보냈다”며 “어머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이 났다. 동료들과 합주팀을 이뤄 공연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B군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2019년 첼로를 선물로 받았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일주일에 한번 연습실에 갈 때만 공용 첼로로 연주하던 때였다. B군이 선물받은 첼로도 서울시를 통한 것이다. B군은 이듬해 150명으로 구성된 도쿄 올림픽 다국적 어린이 오케스트라의 한국 대표로 선발됐다. B군은 “생전 처음으로 나만의 첼로를 가지게 된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마음껏 연주할 수 있게 악기를 기증해 준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기타와 첼로는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사용하지 않는 악기를 기증받아 소외계층에게 다시 기증하는 사업을 통해 전달된 선물이었다. 사업은 ‘낙원’을 통해 진행 중이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2019년 시작된 ‘악기 기증·나눔 캠페인’을 통해 지난해까지 기증된 악기는 모두 2622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에게 기증받은 악기는 우선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활동하는 악기 수리 장인들이 직접 수리하고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낙원악기상가번영회가 주축이 돼 관악기·현악기·피아노 관련업체의 전문가들이 소독·건조 절차까지 마치는 것이다. 이후 이 악기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 자신의 악기를 갖기 힘든 저소득층 가정이나 학생, 우리동네 키움센터, 사회복지기관·단체 등에 다시 기증·대여된다.

악기 배정은 취약계층에게 우선적으로 전달된다. 지역별 수요도 반영해 이뤄진다. 악기 기증은 2019년만 해도 41곳, 492점에 불과했지만 2020년 1044점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739점의 악기가 새 주인을 찾았다. ‘기증·나눔 캠페인’은 올해도 진행 중이다. 다음달 14일까지 낙원에 방문하거나 홈페이지(www.nakwon-communityart.or.kr)를 통해 기증을 신청하면 된다. 다만 리코더와 탬버린, 오카리나 등 보급 및 교육용 악기는 기증을 받지 않는다.

주용태 서울시 문화본부장은 “누군가에게는 소용을 다한 악기가 지난 3년간 기증으로 전달되면서 다른 이에게 소중한 반려 악기이자 희망이 됐다”며 “시민 누구나 경제적인 부담 없이 악기를 배우고, 음악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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