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폭력으로 인한 상처 보듬겠다더니···‘반쪽 개관’ 국립트라우마센터에 반발

2024.07.01 16:12

1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을 활용한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가 문을 열었다. 사진은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의 전경. 연합뉴스

1일 오전 광주 서구 화정동 옛 국군광주병원을 활용한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가 문을 열었다. 사진은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의 전경. 연합뉴스

5·18과 4·3 등 국가폭력 피해자의 치유와 재활을 돕는 ‘국립국가폭력트라우마치유센터(치유센터)’가 1일 광주광역시(광주센터)와 제주특별자치도(제주센터)에 각각 문을 열고 운영에 들어갔다. 지자체에서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치유서비스를 진행해 온 적은 있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전액 국비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재정 일부를 지원하는데다 인력마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반쪽짜리’란 지적이 일고 있다. 지역사회는 “국가폭력에 대한 정부의 안이한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비판한다.

이날 광주 서구 옛 광주국군병원 부지와 제주 나라키움 제주복합관사 앞에서는 치유센터 개관식이 각각 열렸다. 치유센터는 5·18과 여순사건, 4·3 등 국가폭력 피해자와 가족의 심리적 고통을 치유하고 회복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행정안전부 산하 법인이다.

문제는 광주·제주 센터가 애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돼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고 있다는 점이다. 이날 문을 연 광주센터의 인력과 예산은 13명(센터장 포함)에 16억원, 제주센터는 13명에 14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애초 계획했던 규모의 절반에도 못 치는 것이다. 행안부가 성공회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한 ‘치유센터 조성 방안 연구(2019)’ 보고서를 보면 광주센터는 최소 61명 규모로 연간 운영비는 61억여원, 제주센터는 27명에 운영비 24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운영비도 지자체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 경비를 출연 또는 보조할 수 있다’는 치유센터법 제18조를 근거로 운영비의 절반을 해당 지자체에서 부담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용역보고서 추정치가 실제 이용자 수와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포항 지진 트라우마센터와 안산 온마음센터(세월호) 등 유사사례 등을 고려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광주시와 제주도는 난감해 하고 있다. 급한 대로 올해 최소 운영비 5억원과 2억27000만원의 예산을 각각 편성했다. 대신 ‘국가가 운영비를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발의된 치유센터법 개정에 적극 힘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치유센터 기대를 모았던 지역사회는 실망감에 휩싸였다. 양재혁 5·18유족회장은 “5·18유족과 피해자들의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겠다고 정부가 내놓은 결과가 고작 이런 수준이란 게 참담하다”며 “5·18에 대한 안이한 인식이 반영된 것이 아니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외무부회장은 “국가폭력에 의한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한 국가센터인 만큼 국가가 전적으로 예산을 책임지고 인력과 사업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예산 일부는 지자체에 전가하고 인력과 예산 규모도 큰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기존 시범사업 때와 국가센터로 출범하는 것의 차이점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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