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상해’ 기준은 완치 불가·영구적 후유증

2009.02.27 18:01 입력 2009.02.27 23:34 수정

대검, 종합보험 가입자 교통사고 처벌기준 마련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피해자에게 뇌 등 주요 장기에 대한 손상, 신체 절단이나 시각·청각·언어·생식기능 상실, 정신장애, 하반신 마비 등 생명에 위험을 주고, 불구나 불치·난치의 중상해를 입혔을 경우에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대검찰청 형사부(김진태 검사장)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종합보험 가입 운전자의 ‘중상해’ 교통사고 처리 지침을 마련했다. 헌법재판소가 전날 보험 가입 운전자도 중상해 사고를 냈을 때는 형사처벌한다는 결정을 내린 데 따른 구체적인 처벌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중상해’ 기준은 완치 불가·영구적 후유증

◇ 어디까지가 ‘중상해’인가=검찰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거나 완치 가능성이 희박한 경우만 중상해로 보고 기소하도록 했다.

전신 부상과 장기 입원 등 일반적 개념의 ‘중상’을 입었더라도 완치될 수 있다면 중상해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다만 개별사건에 따라 치료기간과 노동력 상실률, 사회통념, 의학전문가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토록 해 중상해 포함 가능성을 열어뒀다. ‘전치 몇 주’와 같은 진단서의 치료기간은 참고자료로만 활용된다.

중상해를 입힌 운전자는 구속·기소될 수도 있다. 그러나 피해자가 술에 취해 도로 한복판에서 자고 있던 경우 등 과실이 있다면 처벌 수위가 낮아져 기소유예나 약식기소 등 가벼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검찰은 헌재가 관련 결정을 내린 시점인 지난 26일 오후 2시36분 이후에 발생한 중상해 교통사고에 대해서만 공소를 제기하기로 했다.

◇ 사건 처리 절차=중상해 여부는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검사가 최종 판단한다. 사고 후 바로 중상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사건에 대해서는 치료가 끝난 뒤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한다. 치료기간이 길어지고 중상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는 시한부 기소중지 제도를 활용하도록 했다. 판단이 애매할 때는 각 검찰청의 전문수사자문위원이나 공소심의위원회의 도움을 받는다.

중상해 사고라 해도 피해자와 합의가 됐을 때는 처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악성 피해자’가 형사처벌을 면하는 데 급급한 운전자에게 터무니없는 합의금을 요구하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무리한 합의금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공탁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에 공탁금을 내면 피해를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다는 표시가 돼 향후 재판을 받을 때 참작된다는 얘기다. 검찰은 앞으로 의료계, 학계, 법조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더욱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 일선 혼선 가능성 남아=일선에서 교통사고를 직접 처리해야 하는 경찰은 사고처리 지침이 조기에 결정된 것에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검찰의 지침이 포괄적이어서 구체적인 사건처리 과정에서 혼선과 논란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 김학역 교통안전담당관은 “영구적으로 신체 장기에 손상이 오고 장애가 온다면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도록 일선에 지시하겠다”며 “장기적으로 검찰과 법원의 판례를 모니터하면서 세부지침을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대문경찰서 조병노 교통과장은 “중상해 판단이 애매할 때는 미리 검찰과 협의해 송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며 “피해자 측이 의사에게서 받아 제출하는 장애진단서 등도 판단기준으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검찰의 지침이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사지 변형’이나 ‘얼굴 기형’의 경우 어디까지를 중상해로 볼지 애매하고, 사고 후 뒤늦게 후유증이 왔을 때 언제까지를 인정할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일선 경찰서의 한 경찰관은 “ ‘주요 장기’의 손상이라고 했는데 어디까지가 주요 장기인지 모르겠고, 신체의 ‘중대 변형’도 무엇을 말하는지 판단하기 애매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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