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 사건의 진실’ 쟁점②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공방

2012.01.26 23:24 입력 2012.01.27 00:31 수정
이범준 기자

교수·대학·법원의 입장 재구성

사건의 본질인 석궁 사건의 실체적 진실은 좀 더 복잡한 문제다.

김명호 전 교수는 2007년 2월 기소됐다. 그의 혐의는 일부에서 알고 있는 살인미수가 아니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흉기 상해)이다. 김 전 교수는 1심·항소심 공판이 진행된 15번의 재판 과정에서 줄곧 무죄를 주장했다.

판결문과 공판조서, 법원 관계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1심에서 김 전 교수는 석궁으로 박홍우 부장판사를 맞히긴 했지만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상해 혐의는 과실은 처벌하지 않으므로 고의가 없으면 무죄가 된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에서는 박 부장판사가 증인으로 나와 김 전 교수도 직접 심문 절차에 참여했다.

‘석궁 사건의 진실’ 쟁점②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공방

영화는 항소심에 집중돼 있다. 항소심과 영화에서 김 전 교수는 석궁이 박 부장판사를 맞힌 사실이 없다고 했다. 박 부장판사에게 생긴 상처는 자해한 것으로 의심했다. 내의와 조끼에는 혈흔이 있는데 중간에 있는 와이셔츠에 핏자국이 없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증거물인 박 부장판사의 옷에 묻은 피와 실제 피를 대조해봐야 한다고 했다.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 관계자들은 “설령 자해를 했더라도 옷에 묻은 피는 박 부장판사의 피다. 김 전 교수는 혈흔 대조를 통해 무엇을 밝히려는 것인지도 설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면 재판 막바지에 변호사가 새로운 주장을 내놓는다. 김 전 교수 측 변호인은 “박 부장판사가 병원에 가서야 와이셔츠에 피가 묻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누군가에게 시켰는데 허둥대다가 실수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법률 전문가인) 박 부장판사가 상처와 증인만으로도 범죄가 입증된다는 걸 뻔히 아는데, 한참 뒤에 위험 부담을 안고 거짓 증거물을 만들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항소심에서 석궁으로 박 부장판사를 맞힌 일이 없다고 했다. 영화에서 김 전 교수의 변호사는 ‘석궁이 제대로 맞을 경우 수십㎝ 두께의 돼지고기를 뚫고, 잘못 장전되면 발사조차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을 통해 확인한다. 화살이 빗나가 벽을 맞히면 화살촉이 뭉툭해지고 화살이 부러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재판에서 전문가들은 “석궁의 시위를 당기는 2개 손가락에 균일하게 힘이 분배돼야 하지만 초보자들은 대부분 그렇게 하기 힘들다. 이렇게 장전하면 화살이 부러지거나 쪼개지고 심지어 사과도 관통하지 못할 정도로 위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을 냈다.

김 전 교수도 검찰 조사 때 “다다미를 걸어놓고 연습할 때 어떤 곳은 1㎝ 정도 꽂히고 다다미가 풀려진 곳은 좀 더 깊이 꽂혔는데 그렇게 치명적인 위력을 가졌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원 판결문을 보면 김 전 교수가 유죄를 선고받은 이유는 또 있다. 가령 사건 한 달 전부터 김 전 교수가 박 부장판사의 집을 찾아가 귀가 시각을 확인했고, 사건 일주일 전에 구입한 회칼을 석궁가방에 넣고 있었다. 김 전 교수는 석궁을 연습한 이유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연습한 장소는 박 부장판사의 집근처 공터였다고 법원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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