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 사건의 진실’ 쟁점③ ‘재판이냐, 개판이냐’ 공판 절차 문제

2012.01.26 23:24 입력 2012.01.27 00:34 수정
이범준 기자

교수·대학·법원의 입장 재구성

“이게 재판입니까. 개판이지.” 영화 <부러진 화살>에서 여러 차례 등장하는 대사이다. 이런 항변은 모두 김명호 전 교수의 석궁 사건 항소심에서 나온다.

석궁 사건 항소심은 영화의 초점이 되는 대목이면서, 법원과 입장이 가장 엇갈리는 부분이다.

김 전 교수는 무죄를 주장하며 재판부에 많은 요구를 하지만 대부분 미뤄지거나 기각된다.

영화는 이런 점 때문에 당시 재판이 부당했으며, 법원이 형사소송법을 무시하고 자의적으로 사법권을 행사한다고 주장한다. 가장 먼저 주장하는 것은 박홍우 부장판사 옷가지에 묻은 피가 실제 박 부장판사 피가 맞는지에 대한 증거신청이 기각된 것이다. 김 전 교수 측은 옷가지 혈흔을 확인해달라며 박 부장판사의 혈액을 압수라도 하라고 한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거부한다. 이에 김 전 교수 측은 박 부장판사가 자해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법원이 외면한다는 입장이다.

‘석궁 사건의 진실’ 쟁점③ ‘재판이냐, 개판이냐’ 공판 절차 문제

법원 측은 재판이 부당한 요구를 모두 들어주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김 전 교수는 현행범이고, 수많은 증거와 증인이 있는 상황에서 피해자를 거듭 조사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김 전 교수는 박 부장판사가 “화살이 배에서 튕겨나왔다”고 했다가 “빼냈다”고 하는 점에서 위증 가능성이 큰데도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했다. 법원 관계자는 “1심에서 김 전 교수는 박 부장판사를 증인으로 불러 직접 신문했고, 9차례 재판에서 가능한 주장을 모두 펼친 만큼 피해자를 거듭 부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위증 주장도 근거가 없어 더욱 부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석궁이 발사되는 와중에 피해자가 자세한 것을 기억할 수 없다. 오히려 큰 줄거리에서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 사소한 것을 두고 위증 운운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김 전 교수는 박 부장판사가 맞았다는 ‘부러진 화살’이 없는데도 재판을 종료한 것 또한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상해 사건에서 피해자의 증언과 상처가 있고, 의사의 진단서, 목격자들이 있는데 범행에 사용된 흉기가 증거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무죄가 선고될 수는 없다. 범인이 칼로 피해자를 살해한 후 칼을 깊은 강물에 버려 칼을 못 찾게 만들어버리면 피해자의 시신, 의사 진단서, 목격자들의 증언이 있는데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여야 하느냐”고 했다.

영화와 관련, 정영진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26일 법원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 사건은 어느 형사 사건보다 피고인 측 증거 신청을 많이 받아 준 사건이다. 그럼에도 영화는 종전에 진행된 공판 내용들은 대거 생략하고, 피고인 측 증거 신청이 기각되는 장면들만 과도하게 부각시켰고, 재판부의 판결 이유 고지 장면까지 생략한 채 재판부가 재판을 잘못한 것처럼 묘사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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