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사법 신뢰

검찰 ‘셀프 개혁’ 비웃은 ‘스폰서 검사’…힘 얻는 ‘외부 개혁론’

2016.09.06 23:02 입력 2016.09.06 23:50 수정
곽희양 기자

<b>2006년 사과, 10년 만에 또 고개 숙인 대법원장</b> 6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김수천 부장판사의 뇌물 혐의 구속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위 사진). 10년 전인 2006년 8월16일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조관행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뇌물수수 혐의 구속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이 대법원장 뒤로 오늘 사과한 양승태 대법관(왼쪽 사진 오른쪽에서 네번째)도 보인다.  박민규·이석우 기자 parkyu@kyunghyang.com

2006년 사과, 10년 만에 또 고개 숙인 대법원장 6일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김수천 부장판사의 뇌물 혐의 구속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있다(위 사진). 10년 전인 2006년 8월16일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이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조관행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뇌물수수 혐의 구속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고 있다. 이 대법원장 뒤로 오늘 사과한 양승태 대법관(왼쪽 사진 오른쪽에서 네번째)도 보인다. 박민규·이석우 기자 parkyu@kyunghyang.com

뇌물수수 등 잇따른 검사 비리에 검찰이 여러 차례 유사 사건 방지를 위한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실효성 없음이 드러났다. 문제는 검사 개개인의 도덕성이 아니라 검찰 고유의 무소불위 권한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죄가 있어도 기소하지 않을 수 있는 기소편의권과 검사가 아니고는 기소할 수 없는 기소독점권을 동시에 가진 대한민국 검사에게, 사업가들이 ‘검찰 보험’을 드는 관행이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모 부장검사(46)의 뇌물수수 의혹도 그 가운데 하나다. 검찰 안팎에서는 암암리에 이어져온 스폰서 문화가 드러나자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20년 전 소위 잘나가는 검사 옆에 운송업자나 건설업자가 스폰서로 있었다”면서 “20년 전 악습이 현재까지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고교 동창 사업가를 ‘스폰서’로 둔 김 부장검사 사건과 진경준 전 검사장 ‘뇌물 주식’은 쌍둥이 사건이다. 예금보험공사에 파견 중이던 김 부장검사는 고교 동창인 ㄱ사 대표 김모씨에게 1500만원을 받고, 한 달에 2~3차례씩 수백만원의 술자리 등 향응을 받아온 의혹을 받고 있다. 진 전 검사장 사건도 대학 동창인 김정주 NXC 대표에게 8억5000만원어치 주식과 4900만원가량의 제네시스 차량을 받았다.

김수남 검찰총장(57)은 진 전 검사장에 대한 수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김 부장검사와 관련해 “검찰총장은 제기되는 모든 비위 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 잘못이 있는 자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는 감찰1과 인력 4명을 투입해 신속하게 사건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언은 신뢰감을 주지 않고 있다. 당장 대검찰청은 지난 5월 김 부장검사 비위를 보고받은 뒤에도 서부지검에만 맡겨뒀다. 당시는 ‘뇌물 주식’ 혐의로 진 전 검사장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이에 대해 검찰은 “효율성을 위해 서부지검에 맡긴 것”이라고 했지만, 뒤늦게 사실상의 특별감찰팀이 꾸려지면서 이 같은 해명은 무색해졌다. 검찰이 내부 자정보다는 외부에 알려진 사건 처리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31일 대검 검찰개혁추진단은 ‘스폰서 검사’ 등을 막는 조치로, 특임검사식 감찰시스템과 검찰 간부 비위 전담 특별감찰단을 신설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일주일도 안돼 김 부장검사 스폰서 의혹이 일어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의지나 엄벌로는 스폰서 검사를 막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검사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는 이유는 유례가 없는 막강한 권한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1주일 전 검찰이 약속한 ‘내부 개혁’의 한계를 인정하고, 검찰의 힘을 빼는 ‘외부 개혁’이 필요하다고 법조계는 지적한다.

2012년 대선 당시 상설특검제 도입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가 논의됐지만, 시행되지 않았다. 지난해 특별감찰관 제도가 신설됐으나 검찰이 기소독점권을 주장하는 바람에 강제수사권이 없었고 결국 허울에 불과하게 됐다.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자의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공수처를 설치하고 검사의 잘못된 불기소 처분을 법원이 보완하는 재정신청 제도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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