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사법 신뢰

법원도 ‘셀프 개혁’ 10년째 외쳤지만 헛구호

2016.09.06 23:02 입력 2016.09.06 23:06 수정

양승태 대법원장(68)이 6일 현직 부장판사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과거 대법원의 사과에도 법관들의 비리가 되풀이되자, 일각에서는 ‘법원의 자정작용에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초동 대법원청사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직무와 관련하여 금품을 받는 행위는 법관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사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리며 앞으로 밝혀질 내용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법원장회의 뒤 법관 비리에 대한 예방책을 내놨다. 상시적으로 비리를 예방하기 위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을 확대 개편하고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또 법관 징계절차에서 진술에만 의존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계좌 거래내역 확인 등 ‘충분한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비위 법관에 대해 징계부가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대법원장이 법관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95년 2월 당시 윤관 대법원장이 입찰보증금 횡령 등이 불거진 ‘인천지법 집달관 비리사건’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2006년 8월에는 조관행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브로커 김홍수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이용훈 당시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

법원은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수차례에 걸쳐 자체 개선책을 내놓았다. ‘판사실에 사사롭게 변호사를 들여서는 안된다’는 내용의 법관 윤리강령을 마련했으며, 판사와 변호사의 친분이 의심될 경우 사건 재배당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법관에 대한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비위 법관의 사표를 보류하고 엄하게 징계하겠다는 방침도 누차 강조해왔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의 비위는 법관 감찰 제도에 여전히 구멍이 뚫려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김 부장판사의 경우 법원의 조사 당시 계좌 거래내역을 제출하지 않아 법원은 그의 비위를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를 알리지 않은 채 ‘연루된 판사들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결과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만 언론에 말했다. 사법부의 ‘셀프 개혁안’이 실효성이 없고, 법조 비리 척결에 대한 의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비위 법관의 사표를 수리하기 전 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도 그간 ‘헛구호’에 그쳤다. ‘김홍수 사건’ 당시 문제가 된 조관행 부장판사는 수사를 받은 뒤 사표를 내 별도의 징계를 피했다. 이웃의 차량을 훼손해 벌금형이 선고된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경찰 조사 전 사직서를 제출해 징계를 피했으며, 특정 지역을 폄훼하고 독재를 찬양하는 댓글을 작성한 ‘댓글 판사’의 사직서도 문제없이 수리됐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논평 자료에서 양 대법원장의 사과와 법원의 비리 예방 대책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국민이 바라는 것은 대법원장이 국민 앞에 겸허히 고개 숙이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은 그간 수차례 개선책을 내놓았지만, 문제가 생기면 늘 ‘제 식구 감싸기’로 오해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법원의 의지부터 보여주지 않는 한 외부 감찰기구의 필요성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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