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이유는
법조계 “이런 사유는 이례적”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며 ‘이 부회장에 대한 증거자료는 많지만, 박근혜 대통령 등 뇌물수수자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을 사유로 든 것으로 확인됐다. 뇌물사건은 주로 뇌물공여자의 신병을 확보(구속)한 뒤 공여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수수자를 조사한다. 따라서 뇌물 사건에서 ‘수수자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법조계는 보고 있다.
1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조 부장판사는 이날 새벽 이 부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4가지 사유를 밝혔다. 조 부장판사는 ‘피의자측에 대한 증거자료는 광범위하게 수집돼 있는 한편 공범인 뇌물수수자측에 대한 조사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점’을 구속 기각 사유 중 하나로 제시했다. 수수자측인 박 대통령과 최순실씨를 조사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기각 사유를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뇌물 수사에 정통한 검찰 관계자는 “뇌물 사건은 뇌물공여자를 구속한 뒤 진술을 받아내 수수자를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며 “뇌물공여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사유로 수수자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명시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부장판사는 또 ‘피의자의 주거와 생활환경 등을 종합할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오너인 이 부회장의 생활환경을 고려했을 때 도주의 우려가 낮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같은 사유로 구속이 불가하다면 기업 총수들은 모두 구속이 안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 부장판사는 이밖에 기각 사유로 ‘삼성의 승마 지원과 대통령의 삼성 합병 내지 경영권 승계 지원 사이의 대가성과 부정한 청탁의 존재, 대통령과 최순실의 뇌물수수 공모관계의 내용과 이에 대한 이 부회장의 구체적 인식 여부 등을 둘러싼 다툼의 여지’ ‘삼성의 승마 지원금·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재단 설립 출연금의 제공 경위 등의 일부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에 대한 이 부회장의 주장’ 등을 봤을 때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