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 농단

검찰, 양승태 조사 불가피…블랙리스트 ‘윗선’ 캐낼까

2018.01.22 22:45 입력 2018.01.22 23:21 수정

직권남용 혐의 새 증거 나와…추가조사위에 결과 요청 검토

법원행정처 거부로 못 본 임종헌 전 차장 컴퓨터 열릴지 주목

문건 단순 보고 넘어 양 전 원장이 작성 지시했는지 규명해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2일 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해 5월2일 차에서 내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가 22일 법원행정처 컴퓨터에서 법관의 독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건을 다수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70) 등 전·현직 고위 법관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에서 해당 문건 작성의 최종 지시자가 새롭게 밝혀질 수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해 5월 시민단체 ‘내부제보실천운동’이 양 전 원장,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63·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6)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추가조사위에 따르면 임 전 차장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57)은 지난해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주최하는 공동학술대회 대책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보고받았다. 또 이 전 실장은 2014년 판사들이 만든 익명 인터넷 카페 ‘이판사판야단법석’ 현황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에 개입한 혐의로 이미 지난해 감봉 4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임 전 차장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형법상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한 경우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이날 추가조사위도 “대응 방안이 실현됐는지 여부는 추가조사위 조사 범위를 넘는 것”이라면서도 “(문건이) 작성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법관의 독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높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사 대상과 범위가 제한적이었던 추가조사위와 달리 강제수사권이 있는 만큼 해당 문건 작성을 지시한 ‘윗선’을 추가로 밝힐 수도 있다. 필요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법원행정처가 끝내 협조를 거부해 조사하지 못한 임 전 차장의 컴퓨터와 삭제된 파일 300개를 포함해 암호가 설정돼 열어보지 못한 파일 760개에 담긴 내용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지도 주목된다.

법조계에서는 양 전 원장 등 전직 고위 법관이 법원행정처 문건을 단순히 보고받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작성을 지시했는지가 규명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법원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9)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66)은 관련 내용을 여러 차례 보고만 받고 구체적으로 지시하거나 지휘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블랙리스트 공범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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