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 농단

양승태·청와대 ‘원세훈 재판’ 검은 결탁

2018.01.22 23:07 입력 2018.01.22 23:11 수정

대법원 추가조사위 “양, 청와대 요구로 ‘댓글’ 재판부 동향 파악”

우병우, 원 실형 선고에 불만 “전원합의체 회부 희망” 사실상 지휘

판사 사찰 정황 문건도 확보…김명수 대법원장 “보고서 검토 중”

‘양승태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댓글 대선개입’ 사건에 연루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7)의 항소심 판결 선고 전후 의견을 나누고 해당 재판부 동향을 파악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원 전 원장에게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큰 불만’을 표시했고, 대법원은 원 전 원장 재판을 당시 최대 현안이었던 상고법원 도입 문제와 결부시켜 활용하려는 전략도 세웠다. 대법원이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조사했다는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 의혹도 사실로 확인됐다. 헌법이 규정한 삼권분립과 법관의 독립을 훼손한 것으로 일선 판사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22일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이 같은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추가조사위가 공개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 판결 선고 관련 각계 동향’ 문건을 보면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국정원법 위반 사건 항소심 선고 전망에 대한 청와대 문의에 대해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우회적·간접적인 방법으로 재판부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림”이라고 기재돼있다. 선고가 나오기도 전에 대법원이 재판부 의중을 파악해 청와대에 전달하려고 한 것이다. 이 문건은 항소심 선고 다음날인 2015년 2월10일 작성됐다.

원 전 원장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1)이 법원행정처에 불만을 표하며 사실상 재판 지휘까지 한 대목도 있다. 문건에는 “(우 전 수석이) 사법부에 대한 큰 불만을 표시하면서, 향후 결론에 재고의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상고심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줄 것을 희망”한다고 적혀 있다.

법원행정처는 청와대의 요구를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정무적 대응방향’을 검토했다. 문건에는 “(원 전 원장에 대한) 상고심 판단이 남아 있고 BH(청와대)의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있는 국면”이라며 “발상을 전환하면 이제 대법원이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쥘 수도 있음”이라고 쓰여 있다.

박근혜 정부에 민감한 이슈였던 댓글 대선개입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의 희망사항을 들어주고, 대법원은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추진하던 상고법원 도입과 관련해 편의를 받으려고 ‘빅딜’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양승태 대법원이 조직적으로 일선 판사들을 뒷조사한 정황을 보여주는 문건들도 이날 함께 공개됐다. 2016년 8월24일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했다는 ‘각급 법원 주기적 점검 방안’ 문건을 보면 판사의 업무 외 영역에 대해서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신뢰할 수 있는 거점법관’을 법원마다 두는 등 비공식적인 방법을 망라해 판사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수집이 필요하다고 돼있다. 판사들의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 게시글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등 개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념적 성향·외부활동·성격·가족관계 등도 법원행정처는 세세히 수집했다.

추가조사위는 “법관이 사법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했다는 이유로 사법행정 담당자가 법관들에 관한 자료를 폭넓게 수집해 이념적 성향, 인적 관계와 행적 등을 분석·평가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했다면 이러한 문서는 그 대응 방안이 실현됐는지 또는 인사상의 불이익 조치가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 그 자체만으로도 법관의 독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개연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날 퇴근길에 “보고서 내용을 잘 검토하고 있다”며 “심사숙고해서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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