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사법 농단

“괴물이 된 행정처, 자정 기능 잃었다”

2018.01.22 22:46 입력 2018.01.22 23:20 수정
이범준 기자

추가조사위 보고서에 판사들 경악…“폐지·대폭 축소를”

민변 “형사 책임 안 물으면 사법불신 토대 방치하는 것”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시관에 전시된 옛 법원 배지. 김기남 기자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시관에 전시된 옛 법원 배지. 김기남 기자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가 공개된 22일 판사들은 “법원행정처 사람들도 법관인데 이렇게까지 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행정처는 개혁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닌 만큼 폐지 또는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처 문제는 법원이 스스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다수의 판사들은 지적했다. 수도권의 한 배석판사는 “형사처벌이 가능한 불법행위를 대법관인 처장도 대법원장도 막지 못했고 오히려 방조 내지 가담한 느낌이 든다”면서 “행정처가 자정 기능을 상실했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건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 권고의견 제5호가 우리법연구회를 타깃으로 마련된 것이라고 나온다”면서 “행정처가 어느새 괴물이 되어 법원 안팎의 모든 것을 장악한 상황에서 개혁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버리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대안도 다양하게 나왔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행정처에서 판사를 모두 내보내고 미국처럼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법행정 전문가로 채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법원이 국회를 상대로 예산과 법안을 로비하면서 그 일선에 현직 판사를 세우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며 “로비에 나선 판사가 국회와 행정부에 해줄 게 재판에 관한 것 말고 뭐가 있냐”고 했다. 자신과 동료의 재판 독립을 침해한 것으로 드러난 이번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개헌을 통해 대법원장의 권한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전국의 판사들을 해마다 인사하는 제왕적 대법원장의 존재가 있는 이상 사법행정권 남용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분권형 개헌을 통해 전국의 법원을 5~6개 지역으로 나눠 대법원장의 권한을 쪼개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외국에는 없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성명에서 “현재 보고서 보고만으로도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만큼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런 상태로 조사를 마무리 짓는 것은 사법불신의 토대를 방치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비밀번호가 걸려 있거나 피조사자들의 비협조로 조사하지 못한 파일이 700개가 넘고,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컴퓨터는 아예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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