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사법부 수장 대 검찰…‘진실’ 앞에서 치열한 법리 대결 예고

2019.02.11 15:36 입력 2019.02.11 22:04 수정

양, 검찰 조사 때부터 후배들에게 떠넘기기·모르쇠 일관

직권남용죄 성립 최대 쟁점…임종헌 재판과 병합 가능성

<b>사법농단 시국회의 “국회가 법관 탄핵소추 나서라”</b>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사법농단에 가담한 법관들의 탄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사법농단 시국회의 “국회가 법관 탄핵소추 나서라”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 관계자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사법농단에 가담한 법관들의 탄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검찰이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과 박병대(62)·고영한(64) 전 대법관을 기소하면서 사법농단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30~40년을 법관으로 재직한 이들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서는 만큼 재판에서는 사실관계와 법리를 놓고 ‘A부터 Z까지’ 공방하는 진풍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사법농단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들이 직접 법정에 나와 증언하고, 이를 양 전 대법원장 등이 반박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검찰은 “법과 상식에 부합하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몰랐다” 책임 떠넘길 듯

검찰이 확보한 사법농단의 주요 증거는 법관 사찰과 재판 거래·개입의 내용이 담긴 법원행정처 문건들이다. 검찰은 재판에서 이 문건들을 누가 어떤 경위에서 작성했는지, 실제 실행됐는지 등을 따질 계획이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은 문건의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장이 실무에 관여하지 않고 사실상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지휘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도 다수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답변했다. 문건을 작성한 당시 법원행정처 심의관들, 즉 후배 판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길 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 등의 손발 역할을 한 법관들이 검찰 조사에서 “지시를 받아 수행했다”고 진술한 만큼 법정에서 이 같은 진술에 대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재판의 첫 증인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상임위원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 행정소송과 관련해 재판부 심증을 파악하고 국제인권법연구회 압박 방안을 마련하는 등 사법농단 중심에 선 인물이다.

■ 직권남용 법리다툼 치열할 듯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설령 법관 사찰과 재판 거래·개입을 했다고 인정되더라도 이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즉 형법상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지가 또 다른 쟁점이다. 형법 123조는 직권남용죄에 대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한 때”로 규정한다.

검찰은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부적절한 문건을 작성한 행위에 대해 이들의 ‘의무’가 아니라고 본다. 양 전 대법원장 등이 문건 작성을 지시한 행위도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위법하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임 전 차장만 해도 행정처는 상명하복 조직으로 심의관들에게는 윗선의 지시를 따를 의무가 있기 때문에 문건 작성이 위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재판 개입 혐의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사건의 사회적 파장과 영향 등을 고려해 ‘조언’ 또는 ‘자문’을 했을 뿐 범죄가 아니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직권남용죄는 기존 판례가 많지 않고 이 죄명이 적용된 박근혜 전 대통령·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 국정농단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 재판부 배당은 어떻게?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16개 중에서 결정된다. 원칙적으로는 전산 배당이지만 형사합의부 재판장들끼리 협의를 거쳐 일부 재판부는 배제할 수도 있다. 현재 형사합의부에는 사법농단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거나 피해자 격인 판사들이 다수 섞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법관 정기인사로 2월 중순 재판부가 전면 교체되기 때문에 누가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을 심리할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임종헌 전 차장 재판과 병합할지 여부도 관심거리다. 양 전 대법원장 등과 임 전 차장은 심리해야 할 항목과 증거자료가 대부분 같기 때문에 병합해 심리하는 게 효율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도 같은 이유로 1심 때 사건을 합쳐 진행했다. 임 전 차장 재판이 아직 본격적인 심리에 돌입하지 못한 상황이라 병합해 처음부터 함께 심리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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