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자녀 있어 남고 싶다”는 판사 ‘물의 야기 법관’ 찍어 전보 조치

2019.02.11 19:35 입력 2019.02.11 22:09 수정

양승태, 블랙리스트 분류 판사 31명 중 8명 문책성 인사

검찰이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을 구속 기소하면서 밝힌 주요 혐의에는 ‘양승태 대법원’이 2013~2017년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한 31명 중 판사 8명을 문책성 전보인사 조치한 내용이 담겨 있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ㄱ부장판사는 2016년 2월 정기인사에서 부산지법에서 창원지법으로 전보됐다. ㄱ부장판사는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인 자녀 입시 준비로 부산지법에 남기를 희망했다. 인사 원칙상 1년 더 머무는 게 가능했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된 그의 뜻을 반영하지 않았다.

전보인사는 ㄱ부장판사가 2014년 9월 코트넷 게시판에 대법원을 비판한 데 따른 조치였다. 그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부정 선거 개입 1심 재판을 비판하는 동료 판사(김동진 부장판사)의 법원 내부 게시판 글을 대법원이 직권으로 삭제하자 이 동료를 옹호한 글을 올렸다. 그는 “자유, 민주,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서 헌법상 보장된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동진 부장의 글은 삭제해서는 안되는 것이었다고 주장한다”고 썼다.

ㄴ부장판사(현 변호사)도 비슷한 방식으로 인사 불이익을 당했다. 그는 2012년 2월 정기인사에서 문책성 인사조치를 당해 서울서부지법으로 전보조치됐다. ㄴ부장판사는 1순위로 서울행정법원을 희망했다. 서울중앙지법 전입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양승태 대법원은 ㄴ부장판사가 2011년 12월 법원 내부 게시판에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위한 TFT 설치를 대법원장님께 청원하기 위해 판사님들의 동의를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을 근거로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해 1순위 발령을 원천 배제했다. ㄷ부장판사(현 변호사)도 ㄴ부장판사와 똑같이 서울중앙지법 전입대상자로 서울행정법원을 지망했지만 서울동부지법으로 전보조치됐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 FTA 비준 동의안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양승태 대법원의 ‘물의 야기 법관’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인사 책임자인 양 전 대법원장에게 인사 원칙에 반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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