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지원하겠다더니…검찰 수어통역료는 법원의 ‘4분의 1’

2022.06.16 17:06 입력 2022.06.16 18:10 수정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권도현 기자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권도현 기자

대검찰청이 장애인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전국 검찰청에 수어통역인 제도를 운영하라고 지시했지만 통역료가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수어통역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당 현실화를 위한 규정 개정과 예산 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검찰은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대검이 지난 15일 제정한 예규 ‘수어통역인 운영규정’ 제9조에 따르면 수어통역인의 통역료는 시간당 2만5000원이다. 통역료를 법무부 훈령인 ‘참고인 등 비용 지급 규칙’에 따라 지급하기 때문이다. 법원이 대법원 예규 ‘수어통역 등에 관한 예규’에 따라 처음 30분은 7만원, 이후 30분마다 5만원을 지급하는 것에 비하면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어통역사들은 검찰이 책정한 통역료는 형사절차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수어통역인을 모집하기에 턱없이 적다고 말한다. 수어통역인을 제공하는 한국농아인협회에서는 통역 제공 대상 기관별로 수어통역료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데 검찰 단계의 통역료는 시간당 7만원이다. 대검 예규대로 통역료가 지급된다면 검찰 조사를 지원하는 수어통역사는 이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통역료를 받고 일해야 한다. 한국농아인협회 직원인 수어통역사는 협회에서 월급을 받지만, 프리랜서 수어통역사는 통역료로 생계를 유지해야 한다.

수어통역사 A씨는 16일 “검찰 통역료를 보통 일당으로 받아온 것을 감안해도 너무 낮은 액수”라며 “한국농아인협회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 수어통역사가 행사 통역으로 보통 시간당 20만~30만원을 받는데 굳이 검찰 통역을 맡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수어통역인 운영규정’에 포함된 ‘피성년후견인은 수어통역인이 될 수 없다’는 규정이 장애인 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피성년후견인이란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사무를 처리하기 어려워 후견인의 도움을 받는 사람이다. 이들 가운데 전문적인 수어통역이 가능한 사람도 이 규정으로 인해 검찰에서는 통역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가 원천적으로 박탈되는 것이다.

법무부도 각종 법령의 피성년후견인 결격조항이 정신장애인이나 노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법무부는 박상기 장관 재임 때인 2019년 7월 법제처와 공동 자료를 배포해 ‘직무수행 능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피후견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며 결격조항을 차례로 정비하겠다고 했다. 일본도 2019년 6월 피성년후견인 결격조항을 187개 법률에서 일괄 삭제했다.

경기장애우권익연구소 소장인 최정규 변호사는 “성년후견제도는 피후견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고 사회 참여를 촉진하려는 취지인데 검찰 규정은 오히려 피후견인을 원천 배제했다”고 말했다.

대검 관계자는 “통역 수당은 예산 문제가 관련돼 증액이 곤란한 부분이 있었고, 피성년후견인 결격조항은 수사 과정에서 전문적이고 정확한 통역 능력이 있어야 하는 사정을 감안했다”며 “여러 비판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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