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 이호진, 계열사 김치·와인 강매에 관여”…대법, 판결 뒤집어

2023.03.16 11:56 입력 2023.03.16 12:01 수정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이 계열사를 동원해 총수일가 회사가 파는 김치와 와인을 강매시킨 과정에 개입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원심은 이 전 회장이 계열사간 거래에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관여했다고 보고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6일 이 전 회장과 태광그룹 계열사 19곳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와 시정명령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이 회장에 대한 시정명령을 취소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공정위는 2019년 태광그룹 계열사 19곳이 총수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휘슬링랑CC(티시스)’와 ‘메르뱅’에서 각각 김치와 와인을 부당 구매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이 전 회장에게는 시정명령을 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티시스는 2014~2016년 계열사들에 김치를 10㎏당 19만원씩 총 95억원어치 판매했다. 메르뱅은 비슷한 기간 계열사에 와인 46억원어치를 강매했다.

원심은 태광 계열사에 대해서는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계열사들은 강매가 아니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총수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계열사들이 전부 참여한 점 등에 비춰볼 때 공정거래법을 어겨 (과징금 산정기준인)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 전 회장에 대해선 그가 김치와 와인 거래에 관여한 근거가 부족하다며 시정명령을 취소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계열사뿐 아니라 이 전 회장에 대한 공정위 처분도 정당하다며 원심판결 일부를 파기했다. 대법원은 이 전 회장이 김치와 와인 거래에 관여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봤다. 우선 “특수관계인이 부당한 이익제공행위에 ‘관여’했는지 여부는 해당 행위를 할 동기가 있는지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판단해야 하는데, 이때 특수관계인은 기업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전 회장은 태광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배적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김치·와인 거래가 티시스에 안정적 이익을 제공해 이 전 회장의 지배력 강화, 변칙적 부의 이전, 이 전 회장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에 기여했으므로 티시스의 이익 및 수익구조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고 그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경영기획실이 이 전 회장 모르게 김치·와인거래를 할 동기가 없다는 점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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