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공문에 “범죄 인지는 수사 개시란 뜻”···이종섭 “해병대 수사단 수사권 없다” 주장과 배치

2024.07.01 17:12 입력 2024.07.01 17:40 수정

군사법원 제출한 국방부 문서에 담겨

인지통보서에도 ‘범죄사실’ 용어 사용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미지 크게 보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경향신문 자료사진

국방부 법무관리관실이 지난해 8월 해병대 수사단의 채모 상병 사망사건 초동수사기록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에 “사건을 경찰에 이첩하기 전 이뤄지는 ‘범죄 인지’ 과정은 ‘형사 입건’과 같은 의미”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의 범죄 인지 과정을 사실상 ‘수사 개시’에 준한다고 본 것이다.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 외압이란 말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대통령실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의 주장과 배치된다.

1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항명사건을 심리 중인 군사법원 재판부가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실 산하 군사법정책담당관의 ‘해병대 변사사건 관련 의견 요청에 대한 검토 결과’ 문서를 보면 범죄 인지가 곧 수사 개시라는 설명이 담겼다. 이 공문은 ‘범죄의 인지는 형사사건에 대한 수사를 개시한다는 것, 즉 형사 입건과 같은 의미’라고 적었다. ‘인지통보서에도 피의자, 범죄사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고도 했다. 경찰에 보내는 인지통보서에 혐의자, 혐의사실을 특정할 수 있다는 취지다.

군사법원법에 따르면 군사법경찰관은 군 내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에 대해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를 인지했을 경우 민간 경찰로 이첩해야 한다. 그간 이 전 장관을 비롯한 수사 외압 관여 의혹이 있는 인사들은 “수사권도 없는 해병대 수사단이 범죄 인지 단계부터 혐의자를 특정한 것이 문제”라는 식으로 주장했다. 앞서 이 전 장관 측은 “혐의자에 대한 범죄 혐의를 송치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자체를 민간 수사기관에 이첩하는 것이 개정 군사법원법 취지”라며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권이 없어 수사권을 전제로 하는 수사 외압은 애당초 성립될 여지가 없다고 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은 해병대 수사단에 혐의자와 혐의사실을 특정하지 말고 민간 경찰로 이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통령실과 여당도 비슷한 주장을 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5월 “군내 사고를 군인이 직접 수사하는 것을 믿지 못하겠으니 경찰이 수사하도록 하자는 게 법 취지”라며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4월 “채 상병 사건 같은 경우에는 군 경찰에 수사권이 아예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 공문 내용은 이 같은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권이 없다’는 주장과 충돌한다. 국방부 내에서도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사실이 드러난 만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등의 혐의사실을 특정했던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수사기록에 대한 비판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공문 내용이 혐의자를 특정해서는 안 된다던 유 법무관리관의 말과, 해병대 수사단에 수사권이 없다던 이 전 장관 말과도 차이가 있다”며 “공문을 근거로 혐의자를 줄인 판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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