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끊어보기’ 일주일… 5명 중 3명 심각한 금단현상

2012.07.18 21:53 입력 2012.07.18 23:13 수정

경향신문, 초등생 5명 관찰

한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던 초등학교 6학년 고승현양(12·가명)은 스마트폰을 부모에게 반납한 지 5일째가 되자 “정신이 멍하고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하루에도 몇천 건씩 오가던 카카오톡(스마트폰용 무료 메신저) 메시지를 주고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금단증상이었다.

경향신문은 지난 2~8일 초등학교 2·6학년 남녀 학생 5명을 대상으로 ‘1주일간 스마트폰 끊어보기’ 실험을 실시했다.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초등학생들이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했을 때 나타나는 생활과 심리의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서다.

실험에 참여한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끊은 뒤 정도만 다를 뿐 대부분 금단증상을 보였다. 5명 중 3명이 “카톡이나 게임을 하고 싶다”며 부모에게 스마트폰을 달라고 졸랐다. 이 같은 증상은 스마트폰 사용 중단이 오래될수록 심해졌다. 그만큼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심각하게 ‘중독’돼 있다는 의미다.

실험 첫날 승현양은 어머니에게 “친구들과 카톡을 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답답하다. 당장 스마트폰을 돌려주면 카톡으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싶다”고 말했다. 이틀째는 집안에 있는 모든 전화기를 옆에 끼고 자는 이상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승현양은 “스마트폰을 만지던 버릇 때문에 무슨 전화기든 버튼을 누르고 싶었다”고 말했다. 승현양은 결국 실험 기간 막판에 어머니의 스마트폰을 쓰고 말았다.

다른 실험 참가자 이충호군(12·가명)은 내내 “카톡을 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를 표시했다. 충호군은 실험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일부 학생들은 스마트폰을 반납한 뒤 책읽기나 친구·부모와의 대화 시간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책을 보지 않던 박정민군(12·가명)은 소설책과 과학만화책을 자발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대화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정민군은 “굳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민군의 어머니는 실험 마지막 날 “아이가 스마트폰을 안 쓰는 것에 조금씩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민정양(12·가명)은 아버지와 공기놀이를 하는 등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민정양의 어머니는 “아이가 평소와 달리 책도 많이 봤다”며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실험에 참가한 일부 아이들은 평소 어깨와 허리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장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아이들 신체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스마트폰 사용을 중단한 이후 이런 통증이 사라졌다고 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과도한 스마트폰 사용이 정신은 물론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고 털어놨다.

정민군의 어머니는 “이번 실험을 계기로 앞으로 방학이나 시험 기간 때 아이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는 실천을 계속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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