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스마트폰 끊어보기’ -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2012.07.18 22:00 입력 2012.07.18 22:46 수정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책 읽고 가족대화 늘어… 잠시지만 긍정적 변화에 희망”

경향신문이 실시한 ‘1주일 동안 스마트폰 끊어보기’ 실험에 참여한 5명의 초등학생 부모들은 아이들의 독서나 가족 간 대화가 늘어나는 것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스마트폰에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번 실험을 계기로 스마트폰 없이도 재미있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부는 ‘스마트폰 끊기’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실천하겠다고 했다.

■ 고승현양 어머니 차세진씨
“잠시 여유 찾았던 아이 다시 스마트폰 몰입”

고승현양(12·가명)의 어머니 차세진씨(41·가명)는 아이가 학원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카카오톡(스마트폰용 무료 메신저)에 매달리는 모습을 보며 ‘문제가 있구나’라고 느껴왔다. 차씨는 “아이의 카카오톡 대화창을 봤더니 ‘크’ ‘헐’ ‘야’ 이런 쓸데없는 말이 대부분이었다”며 “상당량이 아무 의미 없는 대화의 나열인데도 아이는 거기에 온 신경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몇 살까지 어린아이들은 카카오톡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만 만들어져도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량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차씨는 승현양이 집에 돌아온 뒤에도 스마트폰에 빠져 있다가 씻지도 않고 잠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나 학원에서 쌓인 피로를 제대로 풀지 못하고 쓰러져 자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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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차씨는 실험 중 스마트폰을 끊으면서 아이가 제대로 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아이가 카카오톡에 얽매이지 않으니까 집에 오자마자 확 퍼져서 쉬더라고요. 푹 쉰다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 물론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시간을 독서를 한다거나 공부를 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전환하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아이가 충분히 쉰다는 느낌만으로도 부모에게는 큰 변화로 다가왔죠.”

차씨가 느낀 또 다른 변화는 승현양이 신문을 읽는 시간이 늘고, 23개월 된 동생과 놀아주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차씨는 “이전에도 스마트폰을 충전하는 동안에 종종 신문을 읽기는 했지만 스마트폰을 끊은 기간 동안에는 조금 더 읽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그는 “동생과 놀아줄 때 ‘깊이’가 생겼다”고도 했다. 그전에는 잠시 안아주고 볼을 꼬집어주고는 그대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는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는 눈을 제대로 바라보며 동생과 놀아줬다는 것이다. 차씨는 “동생과 노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번 실험을 통해 부모의 입장에서 느끼는 것은 없느냐’는 질문에 차씨는 “아이가 스마트폰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았을까”라고 답했다. 그러나 이후 다시 만난 승현양은 여전히 “스마트폰이 없으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 박정민군 어머니 이숙영씨
“어른들 스스로 스마트폰 자제력 보여줘야”

대구에 사는 박정민군(12·가명)은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평소에는 전혀 보지 않던 책을 읽기 시작하고, 큐브게임(입체 퍼즐게임의 일종)을 찾아서 했다. 정민군의 어머니 이숙영씨(39·가명)는 “전에는 큐브를 하루에 20분 정도만 했는데 이제는 저녁에 자투리시간이 날 때마다 더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동시에 큐브게임을 해 산만해 보였는데 실험기간 동안에는 집중해서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화는 독서를 시작했다는 점이었다. 정민군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부터 제대로 된 독서를 전혀 하지 않았다. 독서라고는 가끔 스마트폰으로 e북을 다운로드해 보는 정도였다. 그러나 정민군은 실험기간 동안 하루에 2시간가량을 독서하는 데 할애했다. 이 기간 동안 정민군이 읽은 책은 소설책과 과학만화책을 포함해 총 5권이었다.

정민군은 실험 중반인 4일째쯤 이씨에게 “스마트폰이 굳이 없어도 될 것 같아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친구들과의 약속을 정하는 게 가장 큰 고민거리였지만 이 역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았다. 약속을 며칠 전부터 미리 잡아놓는 것이다. 이전에는 카카오톡으로 즉각적으로 약속을 잡을 수 있어 미리 약속을 정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씨는 “예전부터 친구와의 약속은 미리미리 정하라고 말했었는데 아이가 실천하지 못했다”며 “그런데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니 약속을 미리 잡는 버릇이 조금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이 초등학생 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주일 동안 스마트폰 끊어보기’ 실험에서 학생들이 매일매일의 생활 변화와 심정을 적은 기록지.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니 어땠는지’를 묻는 질문에 “카톡하고 싶다”라고 써놓은 답변이 보인다.

경향신문이 초등학생 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주일 동안 스마트폰 끊어보기’ 실험에서 학생들이 매일매일의 생활 변화와 심정을 적은 기록지.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니 어땠는지’를 묻는 질문에 “카톡하고 싶다”라고 써놓은 답변이 보인다.

정민군은 실험기간 동안 아빠와의 대화도 늘었다.

“이전에는 아빠와 정민이 간에 대화가 많지 않았어요. 아빠가 장난을 쳐도 잠깐 받아주다 곧바로 시선이 스마트폰으로 돌아갔는데 실험기간 동안에는 아빠가 장난을 치면 몸으로 흉내도 내고,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몸짓도 따라하더라고요. 아빠에게 반응하는 횟수도 늘어나고요.”

이씨는 앞으로 일정 기간을 정해 이번 실험과 동일하게 ‘스마트폰 끊어보기’를 계속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학기간과 시험기간 앞뒤로 한 번씩 가족과 약속을 하고 끊어보기를 하면 어떨까 싶어요. 그렇게 하면 친구들과의 약속도 미리 정하고, 그 약속을 어기지 않는 습관을 기를 수 있을 것 같아요. 눈을 보며 대화하는 방법도 배우고요.”

이씨는 실험이 끝난 뒤 기자에게 직접 e메일을 보냈다.

“한 아이가 스마트폰을 쓰면 다른 아이들은 왜 필요한지도 모른 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할까봐 스마트폰을 사달라고 합니다. 그렇게 생겨난 중독성을 마냥 아이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기죽지 말라고 최고로 좋은 것을 해주려 하겠지만 이것이 역효과가 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진정으로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어른들이 스마트폰 사용 자제운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 조민정양 어머니 김승옥씨
“누워서 스마트폰 썼던 아이 어깨통증 고백”

조민정양(12·가명)의 가족은 이번 실험을 위해 온 가족이 다 함께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했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남동생 종민군(9·가명)도 누나의 실험기간 1주일 동안 함께 사용하지 않는 자체 실험을 하기도 했다.

민정양의 어머니 김승옥씨(42·가명)는 “남편이 집에서 불가피하게 잠깐 스마트폰을 쓸 때도 아이의 눈치를 볼 정도로 온 가족이 스마트폰 사용을 자제했다”고 말했다. 모두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가족이 스마트폰을 끊은 후의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가족끼리 노는 시간이 늘어났다. 김씨는 “이전에는 TV를 켜놓고 온 가족이 각자 스마트폰을 했는데 스마트폰을 끊은 뒤로 민정이가 아빠와 1시간에서 1시간30분 정도씩 함께 공기놀이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가 같은 시간을 놀아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보다 몸을 움직이며 함께할 수 있는 놀이를 하니 더 좋았다고 말했다.

민정양은 컴퓨터 사용시간도 줄어들었다. 평소에는 스마트폰을 하다 컴퓨터를 하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덩달아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김씨는 “전자매체가 같은 인터넷으로 구동되다 보니까 심리적으로 같이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고 했다. 스마트폰을 안 쓰기로 결심했으니 비슷한 용도의 컴퓨터도 덜 하게 된 것 아니냐는 얘기다.

김씨는 이번 실험을 통해 아이가 스마트폰을 하면서 어깨가 아팠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았다. 실험에 참가한 다른 아이들도 대부분 어깨통증을 호소하고 있었다. 민정양은 어머니에게 “엎드려서 스마트폰으로 카카오톡을 오래 하면 어깨가 아파왔다”며 “그래서 벌러덩 누워서 하고 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김씨는 “아이가 스마트폰을 하면서 몸이 아플 수 있다고는 전혀 생각 못했는데 아이한테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번 실험에서 아이 스스로 스마트폰이 없어도 괜찮을 것 같다는 점을 인식한 것에 후한 점수를 줬다.

“부모 입장에서야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공기놀이나 퍼즐게임, 만화책 보기 등으로 건전해지니 정말 좋았어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아이들에게 ‘우리 스마트폰을 귀여운 피처폰으로 바꾸자’고 말했거든요. 그랬더니 아이들이 ‘그건 절대 안된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아이들이 ‘굳이 스마트폰이 없어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는 인식을 작게나마 하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었습니다.”

※ 초등학생 5명 대상매일 기록지 적어

경향신문은 스마트폰이 있는 초등학교 2·6년 남녀 학생 5명을 대상으로 지난 2~8일 일주일간 ‘스마트폰 사용 않기’ 실험을 하며 아이들의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은 사전에 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이뤄졌다.

실험기간에 아이와 부모 간 기본적인 연락이 가능하도록 인터넷 기능이 없는 선불폰(2G폰)을 각각 지급했다.

실험기간의 생활 변화와 심정 등을 매일매일 적을 기록지를 부모와 아이에게 각각 배포했다. 아이에게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하루 동안의 일과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시간표 형식으로 기록하도록 했다. 또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니 어땠는지’를 매일 적도록 했다.

부모에게는 아이에게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니 기분이 어땠는지’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문제는 없었는지’ ‘스마트폰을 당장 돌려받으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앞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4가지 질문을 매일 하도록 했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달라고 조르거나 몰래 사용할 경우 별도로 기록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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