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스마트폰 금단현상 - 1주일 끊어보기 실험

2012.07.18 22:02 입력 2012.07.19 09:59 수정

아이들 “카톡하고 싶다, 게임 못해 짜증난다” 집착 여전

경향신문이 실시한 ‘1주일 동안 스마트폰 끊어보기’ 실험에 참여한 5명의 초등학생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카카오톡(카톡·스마트폰용 무료 메신저)을 하고 싶다”는 심정을 나타냈다. 일종의 ‘금단 증상’인 셈이다. 반면 “책을 많이 읽었다. 친구와의 대화가 늘어났다”는 긍정적인 변화도 보였다.

■ 초등학교 6학년 고승현
“사용 안 한 지 5일 넘으니 멍하고 답답해요”

서울 강남에 사는 초등학교 6학년 고승현양(12·가명)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시간은 7시간에 달한다. 승현양은 친구들이 보낸 수많은 카카오톡(카톡) 글에 일일이 답을 하느라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다. 승현양은 “5분 정도만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면 갑자기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스스로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말할 정도다.

승현양이 ‘하루 동안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니 어땠는가’라는 질문에 일주일간 답변한 내용을 보면 “카톡을 못해서 불편하다”는 대답이 대부분이다. 승현양은 기록지에 “친구들과 카톡하지 못해서 답답했다(1일차)” “친구들과 카톡을 하고 싶었고, 폰이 없어 약간 불안하기도 했다. 답답했지만 미술 할 땐 오히려 집중이 잘되는 듯했다(2일차)” “아침에 모닝콜 기능이 없어 힘들었다. 친구들과 카톡하고 싶었다. 아무 때나 인터넷을 틀 수 없어 힘들었다(4일차)” “사진 찍어서 올리고 싶기도 했고, 인터넷 검색과 카톡 등을 하고 싶었다(6일차)”고 적었다.

경향신문이 초등학생 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주일 동안 스마트폰 끊어보기’ 실험에서 학생들이 매일매일의 생활 변화와 심정을 적은 기록지.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니 어땠는지’를 묻는 질문에 “카톡하고 싶다”라고 써놓은 답변이 보인다.

경향신문이 초등학생 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주일 동안 스마트폰 끊어보기’ 실험에서 학생들이 매일매일의 생활 변화와 심정을 적은 기록지.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니 어땠는지’를 묻는 질문에 “카톡하고 싶다”라고 써놓은 답변이 보인다.

승현양의 금단증세는 5일째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승현양은 “약간 답답했고 정신상태가 그냥 멍해 있었다”고 말했다. 승현양은 결국 일주일간 어떤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기로 했던 당초의 약속을 어겼다. 실험 6일차에 어머니의 스마트폰에 게임을 깔아 사용했다.

승현양은 “친구들은 카톡으로 ‘누구랑 누가 사귄다더라’ 이런 이야기를 다 알고 있는데 나만 대화방에 참여하지 못하니까 뒤늦게 알았다”며 친구들 소식을 즉각 듣지 못한 점을 가장 큰 불편으로 꼽았다. 실험 3일째에는 친구들과 롯데월드를 가기로 했는데 카톡으로 연락을 받지 못해 가지 못한 점을 서운해했다.

승현양은 8일 저녁 스마트폰을 돌려받자마자 스마트폰을 볼에 비비고, 껴안았다.

■ 초등학교 6학년 조민정
“그리스 신화 만화책을 10권이나 읽었어요”

초등학교 6학년 조민정양(12·가명)은 스마트폰 사용을 끊은 뒤 독서량이 늘었다. 일주일에 1~2권 정도에 불과하던 독서량이 5배 이상 늘었다. 민정양은 “220페이지짜리 ‘만화로 된 그리스 신화’를 10권이나 읽었다”고 자랑했다.

민정양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대신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실험 1일차에는 오후 7~8시까지 2시간 동안 독서를 했다. 이후에도 오후 6~9시 사이에는 만화책을 읽는 등 규칙적으로 독서를 했다.

민정양은 “이번 실험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미 학교에서 한 차례 스마트폰을 뺏겨 5일간 사용금지를 당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민정양도 스마트폰을 그리워했다. 민정양은 기존에 하루 평균 5시간 정도 스마트폰을 사용해왔다.

민정양은 기록지에 “생각보다 스마트폰 사용이 별로 필요없다고 느꼈고, 책을 많이 읽은 것 같다(1일차)” “살짝 스마트폰을 쓰고 싶어진다. 큰 화면을 쓰다가 작은 화면을 쓰니 불편하다. 스마트폰을 쓰던 습성이 남아 있는지 필요없는데도 계속 2G폰을 만지작거리게 된다(2일차)” “시간이 갈수록 스마트폰이 더 하고 싶어서 책을 읽게 된다(4일차)” “오늘은 TV를 많이 봐서 스마트폰 생각이 나지 않는다(7일차)”고 적었다.

실험 일차가 늘어날수록 민정양의 일과에서 TV를 시청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첫째날에는 1시간에 불과하던 TV 시청시간이 둘째날부터는 2~4시간 이상 늘어났다. 마지막 날인 8일에는 7시간 이상 TV를 시청했다. TV 시청량이 많아진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이었다.

민정양은 “잠자기 전에 70~80명씩 불러서 한꺼번에 카톡을 해야 하는데 못해서 불편했고, 다음날에도 아이들이 카톡으로 나눈 대화를 이해하지 못해서 짜증났다”고 말했다. 민정양은 스마트폰이 있는 친구들과 놀던 기존 패턴에서 벗어나 5일차부터 스마트폰이 없는 친구들과 놀기 시작했다. 민정양은 스마트폰을 돌려받자마자 카톡을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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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에 사는 박정민
“스마트폰 외 구경거리 많다는 걸 알았어요”

대구에 사는 박정민군(12·가명)은 짧은 실험 기간에도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킨 학생이었다. 정민군은 “스마트폰 외에도 구경거리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스마트폰이 없으니 친구들과 얼굴을 보며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민군은 전화통화를 할 수 없어 친구들과 약속시간을 정하기 어려웠던 점을 가장 큰 불편으로 꼽았다. 그는 일주일 동안 스마트폰은 물론 휴대전화 자체를 사용하지 않았다.

실험 첫날과 둘째날에는 “친구들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답답하다” “전화가 없어서 친구들에게 전화를 빌리거나 약속시간을 정함”이라며 불편함을 털어놓았지만 이후부터는 조금씩 변화를 보였다.

3일째부터 정민군의 일과 중 ‘책보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빈 시간에 ‘독서하기’를 택한 것이다. 정민군은 3일째 기록지에 “폰을 쓰지 않으니 친구에게 말 거는 시간이 조금 많아지는 것 같다. 어제보단 조금 익숙해지는 느낌”이라고 적었다. 4일째에는 오후 7시부터 30분간 독서를 했다. 또 오후 8~11시에 가족과 함께 TV를 보며 대화하는 시간이 새롭게 생겼다. 정민군은 이날 “가족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늘었고, 독서하는 시간이 조금 더 있어 좋았다. 친구와 약속은 꼭 지킨다”고 기록했다.

5일차에도 정민군은 1시간 동안 독서와 큐브놀이를 했다. 정민군은 6·7일차 기록지에 “오히려 폰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없으니까 다른 구경거리가 더 많이 생겼다(6일차)” “이제 익숙해져서 괜찮다(7일차)”고 적었다.

■ 이충호·충현 형제
“실험에 거부감… 돌려받자마자 카톡 접속”

초등학교 6학년 이충호군(12)과 2학년 이충현군(8·이상 가명) 형제는 함께 실험에 참가했다.

형인 충호군은 기록지를 3일차밖에 작성하지 않았다. 충현군도 첫날만 하루 일과를 간단하게 작성한 뒤 나머지 6일간 단 한 줄도 기록하지 않았다.

충호군은 첫날부터 기록지에 3일 연속으로 “카톡을 하고 싶다(1일차)” “카톡하고 싶다ㅠㅠ(2일차)” “카톡하고 싶당~(3일차)”이라고 적었다. 형제는 ‘스마트폰을 지금 돌려주면 무슨 일을 가장 먼저 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친구들과 카톡”이라는 답만 했다.

실험 후 만난 충호군은 “카톡과 게임이 되지 않아 짜증이 났다” “(실험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형(기자)이랑 약속한 거니까 억지로 참았다”고 말했다. 충호군은 스마트폰을 돌려받자 아버지에게 “고맙습니다”라고 한 뒤 곧바로 카톡을 열었다. 친구들이 보낸 메시지가 120여개나 있었다. 충호군은 메시지를 확인한 뒤 게임을 시작했다.

동생 충현군도 카톡에 대한 집착을 보였다. 충현군은 스마트폰을 다시 받았을 때 “카톡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다”는 말부터 꺼냈다. 스마트폰을 받자마자 카톡부터 확인하는 행동은 형과 같았다.

충현군은 “메시지가 5개 있네. 친구들이 왜 답장 안 하냐고 그랬어”라고 말했다.

※ 초등학생 5명 대상매일 기록지 적어

경향신문은 스마트폰이 있는 초등학교 2·6년 남녀 학생 5명을 대상으로 지난 2~8일 일주일간 ‘스마트폰 사용 않기’ 실험을 하며 아이들의 변화를 관찰했다. 실험은 사전에 부모들의 동의를 얻어 이뤄졌다.

실험기간에 아이와 부모 간 기본적인 연락이 가능하도록 인터넷 기능이 없는 선불폰(2G폰)을 각각 지급했다.

실험기간의 생활 변화와 심정 등을 매일매일 적을 기록지를 부모와 아이에게 각각 배포했다. 아이에게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하루 동안의 일과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시간표 형식으로 기록하도록 했다. 또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으니 어땠는지’를 매일 적도록 했다.

부모에게는 아이에게 ‘오늘 하루 스마트폰을 쓰지 않으니 기분이 어땠는지’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문제는 없었는지’ ‘스마트폰을 당장 돌려받으면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지’ ‘앞으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4가지 질문을 매일 하도록 했다. 아이가 스마트폰을 달라고 조르거나 몰래 사용할 경우 별도로 기록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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