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유혹에 당당하게’ 아이와 더 많은 대화가 필요

2012.07.29 21:37
문경민 |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

[스마트폰에 중독된 아이들]

초등학교 6학년 형석이는 늘 혼자였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집을 나가 기억이 없다. 건설현장을 찾아다니는 아버지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집에 들어왔다. 형석이의 삶은 위태로웠다. 아이의 삶이 본격적으로 무너진 것은 정부가 교육정보화 사업의 일환으로 저소득층 가정에 컴퓨터를 지급하면서부터였다. 집에 홀로 남겨진 형석이는 밤새 컴퓨터 게임에 매달렸고 학교를 빠지는 일도 잦아졌다. 형석이 아버지와 의논해 컴퓨터를 쓸 수 없는 청소년 공동체로 거처를 옮기고 나서야 인터넷 중독 증상이 서서히 사라졌다.

미디어가 아이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주장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에는 TV 중독이, 1990년대 말에는 인터넷 중독이 화두였다.

‘스마트폰 유혹에 당당하게’ 아이와 더 많은 대화가 필요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미디어가 지금 우리 아이들의 손에 쥐여 있다. 스마트폰이 TV와 인터넷 미디어를 합쳐놓은 것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는 이유는 간단하다. 스마트폰은 휴대가 가능하다. 항상 아이들 손에 쥐여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언제 어디서든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눈과 손, 마음과 생각을 스마트폰에 건넬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교육과학기술부는 2015년까지 모든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교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로 공부하게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스마트폰 자체만 놓고 보면 굉장히 유용한 도구다. 스마트폰은 우리 시대 발전의 아이콘이고 실제로 스마트폰을 통해 많은 기능을 누릴 수 있다. 위협은 스마트폰 너머에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우리 아이들에게 흘러들어오는 것은 유혹이다. 게임이 그렇다. 카톡이 그렇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가 그렇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같은 목소리를 낸다. 그 목소리는 ‘네가 이 흐름을 좇아오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지는 사람이 될 것이고, 앞서가는 우리들의 그룹에 끼지 못하면 경쟁에서 낙오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스스로 자신을 세우는 일이다. 북적거리는 친구들 속에 있지 않더라도 불안해하지 않고, 눈과 손을 사로잡는 화려한 콘텐츠에 매몰되지 않더라도 자기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은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와 편리함을 주면서 불안을 조장하고 주체를 위협한다. 스마트한 미래가 그리는 그림 속에서 나 자신을 찾는 일은 쉽지 않고, 전방위로 다가오는 위협 앞에서 아이들의 안전한 생존을 돕는 일도 만만치 않다. 스마트폰과 아이들이 얽혀 여러 문제를 만들어 내는 현재 상황은 이 시대가 앓고 있는 병증의 한 모습이다.

기성세대가 시급히 해야 할 일은 각자 자기 자녀를 잘 돌보는 일이다.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애써야 하고 아이가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스마트한 기술을 익히지 못한 자녀가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괜찮다. 미디어의 주인은 소비자다. 미디어를 만드는 사람들은 소비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기 사용을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기기에 좋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화려한 콘텐츠에 몰입하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더 좋은 상상력과 바른 가치판단 능력을 기를 삶의 여유는 고사될 것이다.

아이들이 이성을 갖춘 어른이 되기 전까지 스마트폰으로부터 아이들을 격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로 하는 것’이다. 오늘 집에 일찍 들어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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