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3년, 배움의 뜻 세우자 대학 문이 열렸다”

2014.03.11 21:03 입력 2014.03.11 21:45 수정

‘선취업 후진학’ 체험 사례 - 건국대 김초롱씨의 경우

“특성화고 졸업해서 3년이상 재직하니/ 면접·내신 두가지로 대학진학 기회주네…(중략)…비록늦게 진학하나 열정만큼 대단하니/ 도전하세 노력하세 달려가세 꿈을위해.”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초롱씨(27·사진)가 쓴 ‘취업하고 대학가세’라는 시다. 그는 취업을 먼저 하고 뒤늦게 대학에 갔다. 남들과는 다른 길을 택한 그는 “나는 절대 똑똑하거나 무언가 특별한 천재적인 재능이 없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며 “나처럼 평범한 사람이 행복하고, 성공한 인생을 사는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큰 희망을 불어넣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 김초롱씨 제공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 김초롱씨 제공

▲ 특성화고 졸업 후 진학 대신 취업
5년 직장생활… 재직자 전형 진학
“사회 경험이 대학생활에 큰 도움”

▲ 대학, 재직자 특별전형 선발 인원
내년도 정원 외 5.5%로 확대 전망

그는 평범한 특성화고 학생이었다. 수원 매향여자정보고 3학년에 다니던 2005년, 그는 자신의 평범한 삶에 질문을 던졌다. ‘남들이 다 가는 대학에 나도 가야 하는 것일까?’ 김씨는 ‘대학은 스무살이면 의무적으로 가는 곳이 아니다. 무언가 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해질 때, 그래서 더 깊이 배우고 싶을 때 가는 곳이 대학’이라고 생각을 정리했다. 그는 제약회사의 정규직 사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대학에 간 선후배나 ‘젊음의 낭만’을 즐기는 또래들과 비교해 직장 상사들과 함께 일에 묻혀 있는 자신의 모습이 처량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회사에서 업무적인 일로 꾸지람을 들으면 ‘내가 과연 잘하고 있는 건가. 내가 왜 사서 고생을 하나’라는 회의감에 싸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는 ‘나는 또래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먼저 겪고, 느끼며, 배우고 있다’며 맘을 다잡았다고 했다. 회계 관련 일이나 매출·재고를 관리하는 중요한 업무를 척척 해나가면서도 늘 사교성 있는 모습을 보이는 그에게 직장상사들도 호감을 표시했다.

그의 막연한 꿈은 ‘카페 주인’이었다. 5년간의 직장생활로 1억원이라는 큰돈을 모았을 때, 그는 커피숍을 차릴까도 했다. 하지만 ‘이게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일까. 그냥 내게 익숙해서 내 꿈을 쉽게 생각해왔던 것은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커피전문점에 대한 기대를 접고, 평소 관심이 있던 웹디자인을 배우기로 했다. 8개월 동안 퇴근 후에 학원을 다니면서 웹디자인을 익혔다.

웹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했다. 그는 “무엇보다 ‘내가 시간을 들여 노력하면,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고,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했다”며 “이 뿌듯함은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보고, 더 깊게 배우자. 그러기 위해선 대학에 가자는 의지로 발전했다”고 말했다.

수능이라는 벽이 그를 가로막았다. 그는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에서 책과 씨름하고 있는 고3 학생들과 경쟁하니 아찔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을 통해 ‘특성화고 재직자 특별전형’이란 제도를 알게 됐다. 특성화고 졸업자가 취업경력 3년 이상이 되면 고교 내신과 면접을 통해 대학에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내신성적은 이미 고교 졸업 시 정해진 터라, 면접만 준비하면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다.

“취업 3년, 배움의 뜻 세우자 대학 문이 열렸다”

일찍 사회 경험을 한 사람들은 어떤 절실함과 그로부터 나오는 치열함을 안다. 궁하면 두드리고, 목이 마르면 우물을 판다. 그는 목표한 대학의 학생에게 밥을 사먹이며, 대학 진학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그렇게 결국 그는 건국대 신산업융합학과 11학번이 됐다.

그는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의 대학생활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들의 그것과 분명 다르다”고 했다. 대학이 당연히 주어진 것인 줄 아는 일반 학생들은 쉽게 결석·지각을 하지만, 직장에서 왕복 4시간을 오가며 공부하는 김씨는 한번도 지각을 해 본 적이 없다. 학교에 늦지 않도록 직장상사들도 매번 배려해 준다. 그 배려가 고마워 회사 일은 더 신속하고, 깔끔하게 처리한다.

학업에 대한 성실도에서만 두각을 나타내는 게 아니다. MT 때는 회사에서 배운 ‘회식 스킬’이 화려하게 뿜어져 나오고, 체육대회 주점에는 회사 부장이 직접 와서 매출을 올려준다. 매년 진행되는 학술제의 연구과제도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다. 그가 해마다 학술제에서 ‘우수상’과 ‘융합대상’ 등을 받았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등록금은 그다지 부담되지 않았다. 지금껏 모아놓은 돈이 있기 때문이다. 모아둔 돈이 없다 하더라도 근로자 학생에게 연 1%로 대출이 되는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김씨는 “만약 스무 살 때 바로 대학에 갔더라면, 지금처럼 대학생활 하나하나가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라고 되뇌어본다”고 했다. 지금은 입학 초기 잠시 자유로움을 만끽하다가 공인자격(스펙) 쌓기에 열중해 있는 친구들이 안타깝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꼭 ‘선 취업, 후 진학’이 만능이라는 것은 아니다. 그는 “적어도 내 경우에는 일을 먼저하면서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그 후 배움의 필요에 따라 대학에 갔던 것이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존의 사회문화에 아무런 생각없이 이끌려가지 말고, 조금 더 나를 위한 가치관을 세워 실행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이야기는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발간한 ‘선 취업 후 진학 제도 체험수기 우수사례집’에 실렸다. 김씨와 같은 전형을 이용한 인하대 융합기술경영학부 남기욱씨 이야기, 동덕여대 세무회계학과 노주영씨 이야기 등도 함께 들어있다.

특성화고·마이스터고 출신 학생들이 취업 후 경력개발은 물론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업 경로를 구축하는 선 취업, 후 진학을 위해 교육부는 2010년부터 ‘재직자 특별전형’을 운영하고 있다. 이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과 선발 학생 숫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대교협 관계자는 “2015학년도 전형부터는 대학이 정원 외로 5.5%까지 선발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선발 규모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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