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공의 교육청·불안한 자사고 ‘충돌’

2019.04.01 21:56 입력 2019.04.01 21:57 수정

제2의 한유총 사태 오나

‘고교 서열화 바로잡겠다’ 정부·교육당국 강한 의지

자사고 24곳이 올해 평가, 재지정 탈락 위기감 분출

자율형사립고의 5년 주기 재지정 평가를 거부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소속 교장과 학부모들이 1일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자율형사립고의 5년 주기 재지정 평가를 거부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소속 교장과 학부모들이 1일 서울 종로구 동성고등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팻말을 들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교육당국은 공교육 정상화라는 과제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로 흔들리고 있다고 본다. 결국 이 때문에 당사자인 자사고는 시교육청의 재지정 평가를 “자사고 죽이기”라고 보고 있다. 교육당국과 자사고가 강 대 강으로 맞붙는 이유다. 그러나 한국 교육의 고질적 질병인 학교 서열화와 이에 따른 중학교부터의 입시 사교육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다.

1일 교육계의 말을 종합하면, 올해와 내년 사이에 대다수 자사고가 재지정 평가를 받는다. 양측 간 ‘샅바싸움’이 치열한 이유다. 자사고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09~2010년 전국에 51곳이 설립됐고 현재 43곳이 남아 있다. 5년에 한 번씩 설립 목적에 따라 학교를 잘 운영하고 있는지 평가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대다수 자사고들이 2014~2015년 한 차례 평가를 받았고, 2019~2020년 두 번째 평가를 받게 된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은 24곳이며, 이 중 13곳이 서울에 있다.

자사고 재지정을 둘러싼 갈등은 첫 평가 때도 있었다. 2014년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 14곳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해 지정 취소 학교 8곳을 선정했다. 그해 10월에 이 중 6곳의 지정을 취소하고 2곳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바로 한 달 뒤 교육부가 교육청의 자사고 지정 취소는 재량권 일탈·남용 등의 이유를 들며 자사고 지정 취소에 대해 직권 취소했다. 평가는 진행됐지만 실제 지정 취소된 자사고는 한 곳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최근 자사고의 집단 평가 거부는 지난번과 달리 실제 지정 취소가 되는 자사고가 나올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은 ‘다양한 교육과정’보다는 ‘입시 명문고’를 내세우면서 고교 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국정과제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교육부는 새 항목을 추가하거나 일부 항목의 배점을 늘리는 등 평가 지표를 손보고, 평가 통과 기준점수를 60점(총점 100점)에서 70점으로 올렸다. 서울시교육청도 교육부 표준안에 따라 통과 기준점을 70점으로 설정하고, 3가지 항목을 추가로 신설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은정 연구원은 “1기(2014~2015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는 기준점수가 60점으로 지나치게 낮았고, 60점도 되지 않던 기준 미달 자사고들에도 기간 유예와 재평가 등 기회를 부여한 유명무실한 평가였다”고 말했다.

강공의 교육청·불안한 자사고 ‘충돌’

자사고는 ‘지표 전면 재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부 지표는 자사고에서 도저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게끔 설정돼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 측은 1일 기자회견에서 사회통합전형의 경우 소득 하위 80% 이하만 지원이라는 엄격한 기준 때문에 지원자가 없는데도 평균 충원율 20%라는 높은 기준을 설정한 점, 자사고는 일반고로 중도에 전학을 가는 학생 비율이 높은데도 ‘학생 전출 및 중도이탈’ 비율을 지표에 넣어 평가하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김철경 연합회장은 “이대로면 서울 지역 학교 13개는 다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자사고 입장에서는 일단 평가의 부당성을 최대한 여론에 호소한 후 응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가 거부 이유를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평가 지표가 일부 추가됐지만, 주요 평가 내용이나 ‘매우 우수’부터 ‘매우 미흡’까지 평가 단계를 세분화했던 방식은 5년 전과 같다”며 “평가에 응하지도 않고 탈락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전북 상산고와 경기 안산동산고 등 올해 평가 대상인 서울 외 자사고 11곳은 모두 보고서를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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