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킬러 빼고 변별력 잡으려다 ‘적정 난이도’ 잃었다

2023.12.07 14:09 입력 2023.12.07 19:10 수정

교육부·평가원, 수능 성적 분석 결과 발표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150점·수학 148점

영어 1등급 4.71%... 상대평가 때와 비슷

킬러문항 기준 모호...사교육 심화 우려도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올해 치른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주요 영역이 모두 매우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난도(킬러) 문항’을 배제했지만 출제 당국이 변별력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결국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지난달 16일 치러진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국어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2019학년도 수능 이후 5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150점은 영역별 표준점수를 기재하기 시작한 2005학년도 이후 최고치이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문제가 어려울수록 높아진다. 올해 수능 국어가 역대로 손에 꼽힐 정도로 어려웠다는 의미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학생도 지난해 수능(371명)보다 82.8% 감소한 64명이었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8점으로, 지난해 수능(145점)보다 3점 올랐다.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인원은 612명으로 지난해(943명)보다 331명(0.08%포인트) 감소해 최상위권 변별력이 높아졌다.

영어영역 1등급 비율은 4.71%로, 상대평가 체제의 1등급 비율(4%)과 비슷했다. 영어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가장 낮다.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원하는 대학의 수시전형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한 학생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격차는 더 심화했다. 과학탐구 영역 중 ‘화학II’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80점, ‘지구과학I’이 68점으로 격차가 12점까지 벌어졌다. 지난해 수능에서는 격차가 8점이었다. 사회탐구 영역도 최대 10점 차가 났다. 이른바 ‘문과침공’의 원인으로 꼽히는 국어와 수학영역의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차는 공개하지 않았다. 사교육업체 중에는 국어와 수학영역의 선택과목별 표준점수 차가 통합수능 3년 중 최대일 것이라는 예측하는 곳이 많았다.

‘역대급 불수능’···킬러 빼고 변별력 잡으려다 ‘적정 난이도’ 잃었다

2024학년도 수능 만점자는 1명으로, 졸업생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에는 재학생 2명과 졸업생 1명이 만점을 받았다.

2024학년도 수능은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돼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제당국은 킬러문항 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난도를 확보하려 했는데 변별력을 위한 문항이 예상보다 더 어렵게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출제 측면에서 변별력 확보를 지나치게 의식해 기대보다 어렵게 출제됐다”고 했다.

2024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졸업생 비율은 35.4%로, 2005학년도 이후 가장 높았다. 출제당국은 수능에 응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N수생 규모를 추정해 난이도를 조절한다. 통상 반수생과 N수생은 재학생보다 성적대가 높아 이들의 규모가 크면 수능의 난도를 높인다. 그러나 2024학년도 수능에는 ‘준비되지 않은’ 반수생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모의평가 이후 킬러문항 배제 방침이 갑작스럽게 나온 만큼 ‘쉬운 수능’에 대한 기대만으로 수능을 치른 반수생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결국 수능 난도는 높아졌지만 수험생들의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쳐 표준점수를 상승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평가원이) N수생 증가 수치를 보고 난이도를 조절했으나 기대보다 (N수생의) 학습 준비가 부족했다”며 “평가원은 올해 수험생들의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고 했다.

내년에 치를 2025학년도 수능은 의대 정원 확대 등의 변수가 엮여 난이도 조절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하거나 원하는 성적을 얻지 못한 상위권 재학생들의 수능 재도전 움직임도 거세질 수 있다. 임 대표는 “내년도 의대 모집 정원 확대, 상위권 재수생 가세 정도, 킬러문항 배제 출제방침 유지 등으로 적정 난이도로 출제하는 게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했다.

킬러문항이 없더라도 수능이 2024학년도처럼 매우 어렵게 출제되면 사교육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킬러문항 기준이 모호해 학생들이 오히려 학원으로 향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많다. 교육부 관계자는 “킬러문항은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고 학교에서 대비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정의했었다”라며 “학교에서 교육과정 통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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