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충분히 '돌봄' 받고 있는가

(4)서울시 중환자이송팀에 ‘특수구급차’ 한 대뿐

2018.03.16 06:00 입력 2018.03.16 09:51 수정

[우리는 충분히 '돌봄' 받고 있는가](4)서울시 중환자이송팀에 ‘특수구급차’ 한 대뿐

지난 1월22일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50㎞ 떨어진 지역. 전날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도착한 경남 산청군의 중·고교생 8명이 탄 승합차가 이동 중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중학생 ㄱ군(14)이 얼굴과 다리에 심한 골절상을 입는 등 학생들이 중경상을 당했다. 현지 의료상황이 열악해 환자상태 파악과 적절한 모니터링, 치료 제공이 힘든 상태였다. 환자들의 국내 이송이 급선무였다. 국내 응급의료대책팀이 이튿날 현지로 급파됐다.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권용진 단장을 팀장으로 한 대책팀은 송경준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를 비롯한 신경외과·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술장 간호사, 중환자실 간호사 등으로 구성됐다.

국내 이송작전이 진행됐다. 현지 병원에서 비행기까지 구급차로 이송했고, 비행 도중에도 지속적으로 환자 상태를 파악하며 최선의 처치를 했다. 모두가 손에 땀을 쥐며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활주로에 대기하고 있던 SMICU 특수구급차를 보고서야 비로소 의료진 모두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일반 구급차로는 한계가 있는 중증환자 이송을 위해 도입한 ‘서울시중환자이송팀’(SMICU·Seoul Mobile Intensive Care Unit)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가 2015년 12월 시작한 서비스로, 서울대병원과 공동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매년 약 4600건의 심장 정지와 8000여건의 중증외상, 2만5000건 정도의 심뇌혈관 응급환자가 발생한다. 그러나 24시간 수준 높은 응급의료를 제공하고, 중환자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서울지역 55개 병원 중 10~15곳 정도다. 이 때문에 중증 응급환자의 적절한 치료를 위한 병원 간 이송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응급환자를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는 구급차가 부족하고, 전문성을 갖춘 의료인의 적절한 처치가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응급의료체계에 심각한 허점으로 지적돼 왔다.

금년 1월 22일, 캄보디아에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어 국내에 긴급 후송된 환자를 에스엠아이씨유(SMICU) 특수구급차가 이송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금년 1월 22일, 캄보디아에서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어 국내에 긴급 후송된 환자를 에스엠아이씨유(SMICU) 특수구급차가 이송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제공

SMICU는 특수구급차 1대(포드 E-450)와 응급의학과 전문의 6명, 간호사 2명, 1급 응급구조사 5명이 한 팀을 이룬다. 특수구급차는 길이 6.9m·높이 2.7m로, 덩치가 일반 구급차보다 1.5배 이상 크다. 이 구급차에는 무엇보다 응급의학 전문의가 탑승하기 때문에 ‘달리는 작은 응급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경력을 갖춘 의사, 간호사, 구조사를 포함하는 베테랑 의료인력이 동승한다. 심각한 외상에다 심정지까지 온 환자일지라도 각종 응급처치와 모니터링을 하면서 안전하게 이송할 수 있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에 따르면, 2017년 1년간 이송 요청 922건(일평균 2.5건)에 784건(일평균 2.1건)의 이송이 이뤄졌다. 지난해 12월에는 일평균 3.1건의 중증환자 이송을 했다. 중증 외상환자뿐 아니라 심정지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질환 중증환자 등의 이송에도 큰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특수 장비인 체외막산소공급장치(4건), 대동맥내풍선펌프(1건), 신생아 인큐베이터(8건)를 싣고 달리기도 했다. 특수지 출동으로 공항(1건), 재난현장(6건)에서 인명 구조에 나섰다. 독거노인 등 지불 능력이 거의 없는 환자를 이송처치료 없이 이송한 사례(공공이송)도 53건에 달한다.

송경준 교수는 “중증 응급환자의 병원 간 안전한 이송은 필요성이 높아지고 건수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현재는 특수구급차가 1대뿐이지만 동서남북 4개 권역으로 나눠 4대 정도만 운영하면 서울시뿐 아니라 국가공공응급의료체계 확충에도 큰 도약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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