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예방협회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은 중대 범죄" 성명서

2022.07.03 07:39 입력 2022.07.03 10:03 수정

■한국자살예방협회 “섣부른 추측 보도 안된다”

최근 완도에서 일가족이 실종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살아 돌아오기를 기원하였으나, 결국은 차량과 시신이 발견되어 모두가 상심하고 있습니다. 한국자살예방협회는 본 일가족의 사망에 대해 고인의 명복을 빌고 애도의 마음을 표하고자 합니다. 또한, 여러 언론 보도와 인터넷 여론 등에 대한 본 협회의 의견을 표하고자 합니다. 이에 다음과 같은 성명서를 발표합니다.(2022.7.1)

특정 사건에 대한 과도한 관심과 보도는 향후 자살예방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모방 자살에 대한 이슈는 우리 사회에 과거부터 있어왔던 문제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에서도 ‘자살을 미화하거나 합리화하지 말고, 모방 자살을 부추길 수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은 유의해서 사용’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주요 언론 대부분은 자살보도 권고기준 3.0(보건복지부ㆍ생명존중희망재단)을 잘 준수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하여 감사를 표합니다. 그러나 본 사건의 경우, 실종 사건으로 시작하여 추적과정이 상세히 보도되면서, 도구, 경제적인 상태, 특정 자산 관련 문제 등 사고 당시 과정들이 자세히 알려지게 되었고, 여러 추측까지 함께 인터넷에서 회자되었으며, 시신이 발견된 이후에도 상황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미성년 고인의 사진이 여전히 무분별하게 언론 보도를 통해 유통되고 있는 등, 호기심만을 자극하는 선정적인 콘텐츠들이 양산되고 있는 상황이며 이에 심각한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최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 금리 상승 등으로 투자에서 극단적인 손실을 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자살자 수를 크게 늘릴 위험이 있는 위기일 수 있어, 많은 사회적 관심과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실종 사건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는 것은 예상 가능한 바이지만, 흥미 위주의 가십이나 인터넷 밈(meme) 등으로 재생산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줄 가능성이 있고, 모방 사건이 발생할 염려가 있어 본 협회는 이에 대해 매우 중대한 우려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추가적으로 ‘자녀 살해 후 자살’ 관련 이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본 사건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인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결론이 나지는 않았으나, 현재까지 알려진 바를 토대로 그러한 정황을 많은 사람들과 언론이 추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동반자살’이라고도 불렸으나, 최근에는 사회적 인식이 변화되면서 점차 동반자살이라는 용어의 사용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아직도 매년 수십 건의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자녀 살해 후 자살은 자녀의 생사여탈권이 부모에게 있다는 생각, 자녀를 소유물로 보던 시각과 관련이 있습니다. 또한, 생명보다 삶의 조건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습니다. ‘부모가 죽을 것인데, 부모 없이 아이가 험한 세상 어떻게 살겠어. 차라리 같이 죽는 게…’, 또는 ‘내 자식이 나 죽은 후 부모 없이 그렇게 산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등과 같은 생각이 그 예입니다. 사람의 목숨은 무엇보다 소중하며, 자살을 문제해결 방안 중 하나로 생각하는 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에 있어서 사망한 가족에 대한 애도와 안타까운 마음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겠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부모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시각은 매우 위험하며, 추후 같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방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지양되어야 합니다.

만10세 초등학생이면 어느 정도 사리분별이 가능하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갖게 될 나이임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물론 자신의 정체성이 확고하게 형성된 것으로 판단되는 나이나 모든 연령에 있어서 다른 누군가에 의해 생명이 좌지우지되는 것은 사회가 책임을 지고 예방해야 할 일입니다. 사회적으로도 ‘부모가 자녀를 임의로 살해한 것이라는 즉, 살해 후 자살이라는 명백한 범죄라는 인식’이 더욱 널리 퍼져, 매년 수십 건씩 발생하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이 감소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가족이나 주위 사람이 극단적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이를 경고신호로 인지하고 도움받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코로나 후 경제위기로 자살위험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수 있는 시점에서 위기가정이 방치되지 않는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하며, 경제적 위기에 빠진 국민이 절망에 빠져 도움 요청 자체를 포기하지 않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수립하고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는 건강한 사회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사회적 약속을 제안합니다.

1. 자살을 예방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임을 기억합시다.

2. 자살은 어떤 경우에도 문제해결의 정당한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3. 자살에 대한 섣부른 원인 분석과 불확실한 정보의 확산을 자제합시다.

4. 자녀 살해 후 자살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라, 아동에 대한 중대한 범죄입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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