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범에…취객에…도둑에…문화재 훼손 ‘무방비’

2008.02.11 01:25
김준일기자

10일 숭례문 화재에서 보듯 국보급 건축 문화재는 사실상 무방비 상태인 경우가 많다.

숭례문의 경우 시내 한가운데에 노출되어 있어 끊임없이 훼손 위협에 시달렸다. 1991년 8월 50대 남성이 술에 취해 승용차를 타고 시내를 질주하다 숭례문의 철제 출입문을 들이받았다. 사고로 출입문이 부서졌지만 숭례문은 훼손되지 않았다. 97년에는 30대 남성이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숭례문 통제구역 외곽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갔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일반인에게 개방하기 전인 2002년에는 숭례문의 균열로 인해 문의 아치 부분을 구성하는 홍예석 모서리 부분(가로 90㎝, 세로 45㎝)이 떨어져 나갔으며 지난해 3월에는 숭례문 지붕에 장식돼 있던 잡상(雜像)인 ‘어처구니’ 9개 가운데 하나가 사라진 사실이 뒤늦게 발견되기도 했다. 어처구니는 궁궐 등 중요한 건축물에 화재 등 나쁜 일을 막기 위해 올려놓는 상징이다.

숭례문 외에도 국보급 문화재 훼손 및 파손 사례도 적지 않았다.

2005년 4월 강원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로 낙산사가 큰 피해를 입고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이 완전히 녹아내렸다. 2006년 4월26일에는 서울 창경궁 문정전에서 60대 남성이 신문지와 부탄가스를 이용해 불을 질러 문정전 왼쪽 문이 타고 천장이 그을렸다.

창경궁 문정전의 경우 목조건물이었기 때문에 불길을 초기에 잡지 못했다면 이곳에서 20여m 떨어진 국보 226호 명정전 등 창경궁 내의 국보급 유적들이 한꺼번에 소실될 뻔했다.

이어 같은 해 5월1일 새벽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華城, 사적 제3호)의 서장대((西將臺)에서 20대 남성이 자신의 속옷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바닥에 던지면서 화재가 발생해 목조 누각 2층(19㎡)이 모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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