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 관련자 가족들 “남편·아들 나와서 좋지만 측근 사면에 들러리 씁쓸”

2013.01.29 22:05 입력 2013.01.29 22:51 수정

남경남 전철연 의장 제외… 미안함에 마냥 기뻐 못해

대통령 특별사면 소식에 대한 용산참사 가족들의 생각은 여러 개였다. 기쁨과 설렘도 컸지만, 사면되지 못한 사람들에 대한 아쉬움과 “이명박 대통령이 측근 사면을 위해 끼워넣기를 한 것”이라는 불만도 있었다. “차라리 형기 다 마치고 나오는 게 나을 뻔했다”는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이충연 용산4구역 철거대책위원장(40)의 아내 정영신씨(39)는 29일 특별사면이 발표되자마자 남편이 있는 안양교도소로 달려갔다. 신혼 8개월 만에 시아버지인 이상림씨를 용산참사 현장에서 잃고, 남편을 감옥으로 보내야 했던 정씨는 4년 만에 다시 누리게 될 결혼생활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정씨는 “손잡고 장을 보러 가거나 추운 겨울에 찜질방에 같이 가는 것 등 남편과 함께 소소한 일상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김창수씨(39)의 어머니 박옥덕씨(74)도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마음이 벌써 아들 곁에 가 있는 것 같다. 아직까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주환씨(49)의 동생 주만씨(33)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형이 나오게 돼서 기쁘다. 빨리 얼굴을 보고 안아주고 싶다”며 웃었다.

하지만 구속자 가족들 모두가 기뻐하는 얼굴은 아니었다. 천주석씨(50)의 아내 김명희씨(49)는 “대통령이 측근들을 사면하기 위해 용산참사 구속자들을 이용한 것으로 보여 씁쓸하다”며 “남편이 나오는 게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냥 만기를 채우고 나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도 든다”고 말했다.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이원호 사무국장도 “대통령의 측근들은 판결문 잉크도 마르기 전에 특별사면으로 풀어주는 반면 용산 철거민들은 죄도 없이 3~4년 동안 수형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사면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속자 가족들은 남경남 전 전국철거민연합회 의장(59)이 사면 대상에서 빠진 것에도 분개했다. 정영신씨는 “특별사면 소식을 알리러 면회를 갔더니 남편이 나오자마자 ‘남 전 의장께 미안하다’고 말했다”며 “남 전 의장은 전철연과 연루돼 있는 사람이라서 사면에서 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남 전 의장의 부인 권경순씨(58)도 “전원 사면되는 줄 알았는데 남편이 못 나오게 돼 섭섭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용산참사는 여러 사람들이 뭉쳐서 잘못된 개발정책과 맞서 싸웠던 사건인데 일부만 사면하고 일부는 사면대상에서 뺀다는 것은 잘못됐다고 본다”면서도 “사면되신 분들 때문에 기쁘다. 그분들이 남편 때문에 불편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상으로 큰 수술을 수차례 받느라 1심 선고 후 수감되지 않은 지모씨 등 2명이 사면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구속자 가족들은 아쉬워했다.

이충연 위원장의 어머니 전재숙씨(70)는 “형이 확정되지 않아 사면에서 빠진 부상자 두 사람은 몸이 낫기만 하면 바로 감옥으로 들어가야 된다”며 “우리 아들 하나만 생각하면 무척 기쁜 일인데 여러 사람들을 생각하면 마냥 좋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용산참사 구속자들은 31일 오전 중 석방될 예정이다. 남 전 전국철거민연합회 의장은 다른 혐의가 많은 데다 만기(2015년 1월)가 많이 남았다는 이유로 사면대상에서 제외됐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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