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남학생 “일베 활동하며 정치에 눈떠… 반말 쓰니 동질감도 느껴”

2013.06.02 22:36 입력 2014.09.12 01:47 수정

(1) 일베, 그들은 누구인가

ㄱ군은 미대 진학을 꿈꾸는 고등학교 2학년 남학생이다. 학교와 미술학원을 오가며 바쁜 와중에도 스마트폰 등을 통해 틈틈이 일베를 챙겨본다. 그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베를 통해 정치에 눈을 떴다”고 말했다.

▲ 게시글 내용 따라 만화로 그려… 반응이 좋아서 미술 전공 결심
학교에서 일베 용어 아예 안 써… 옆 남학교선 한 반에 20명 활동

[‘일베 현상’에서 한국 사회를 본다]고2 남학생 “일베 활동하며 정치에 눈떠… 반말 쓰니 동질감도 느껴”

-일베를 시작한 계기는.

“지난해 초, ‘오늘의 유머’와 ‘일베’ 서비스를 묶어서 제공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것이 계기였다. 첫 두 달은 오유를 주로 봤는데, 점점 일베를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오유는 자신들과 다른 의견이 올라오면 무조건 차단한다. 대표적인 것이 천안함이 폭침됐다는 주장이다. 정부를 못 믿겠다면서 이민가고 싶다고 하는데, (말로만 그러지) 진짜 이민은 안 가더라.”

-일베의 장점은 뭔가.

“정치 쪽에 눈을 트이게 해줬다. 일베는 다른 데와 달리 반말을 쓰는 것도 좋다. 서로 반말로 이야기하다보면 동질감도 느껴지고 말도 통하는 것 같고.”

-5·18에서 무엇이 미화된 것 같나.

“5·18을 한국사 시간에 배우긴 하는데, 못 듣는 게 많다. 개인적으로 교과서에 전교조의 정치적 개입이 있었던 것 같다. 정부가 학살을 했다고 하는데 원래 국가의 원수가 돌아가시면 비상계엄령이 내려지지 않나. 그것도 무시하고 문제를 일으킨 건데 평화항쟁으로 몰아가니까. 무기고를 털었다는 증거도 있는데 그렇게 말하는 건 말이 안된다. 내 생각에 5·18은 ‘광주사태’ 정도로 부르는 게 맞는 것 같다.”

-왜 여성을 ‘김치×’이라고 비하하는 건가.

“모든 여성을 싸잡아 비판하는 게 아니라 남자한테 바라는 게 너무 많은 진짜 심한 부류만 말하는 거다. 남자가 ‘빽(가방)’ 안 사주면 병신 취급하는 여자들이 있지 않나. (실제 ‘김치×’에게 당해본 적 있나) 아직 어려서 그런 적은 없는데 그런 얘기가 많이 들리니까.”

-리틀싸이 등 외국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리틀싸이에게 반감이 있는 건 아닌데, 그 아이가 돈벌이에 이용되는 것 같아서 그러는 거다.”

-실제 베트남 등 외국인을 접해본 경험이 있어서 다문화 정책에 반대하는 건가.

“아직 외국인을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외국인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저지르는 범죄가 심각하다고 하니까 안 좋은 인식이 생긴다. ”

-일베에서 하는 활동은.

“일베에 자주 올라오는 게시글 내용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려 올린다. 일베를 하기 전엔 장래 희망도 없었는데, 내 그림에 대한 다른 일베 사용자들의 반응이 좋다보니 미대에 가야겠다는 꿈도 생겼다. 그림 그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하루에 1시간30분 정도 일베를 하는 것 같다.”

-레벨 높이려고 일부러 노력도 하나.

“레벨3 이상 높아지면 ‘민주화’(반대) 추천을 두 개씩 줄 수 있는데 그거 말고는 딱히 좋은 건 없다. 그렇지만 레벨이 높아지면 자아 성취감 같은 게 있으니까. 하루에 20시간씩 상주하면서 레벨 올리는 사람도 봤다.”

-학교 친구들이 일베 하는 것 아나.

“학교에서 일베 용어는 아예 쓰지 않는다. 밝혀지는 게 좀 그렇고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이라 특히 더 그렇다. 옆 학교는 남자학교인데 한 반에 20명 정도 일베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베 하는 게 알려지면 ‘일베충’이라고 놀리는데 뭐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일베충’이란 말도 귀엽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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