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유통업 종사자 “익명성 보장돼 좋아… 배설공간 내버려둬도 돼”

2013.06.02 22:35 입력 2013.06.02 22:58 수정

30대 중반인 ㄷ씨는 음료수 도소매업을 하는 자영업자다. 한때 학생운동에도 열심히 참여했지만 자신이 의문을 품을 때마다 나무라는 선배들에게 지쳐 마음을 바꿨다. ㄷ씨는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을 시도하면 신념을 건드려 싸움이 시작된다”며 “그 사람들과는 대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 ‘요리법’ 연재글로 사이트 접해… 요즘 중고생들 놀이터로 변해
외국인 범죄문제 심각해지면 반대단체 활동 직접 나설 수도

[‘일베 현상’에서 한국 사회를 본다]30대 유통업 종사자 “익명성 보장돼 좋아… 배설공간 내버려둬도 돼”

- 일베는 언제부터 시작했나.

“작년 3~4월쯤 시작했다. 일베는 의외로 전문가급의 정보글이 많다. 나 같은 경우도 처음 일베에 빠지게 된 계기가 40여종의 생선 요리법을 전문적으로 연재한 글 때문이었다. 요즘도 궁금한 게 있거나 할 때는 일베부터 검색해 본다.”

- 일베는 팩트 위주의 글을 올린단 뜻인가.

“그렇다. 글을 올리면 일베 회원들끼리 옳고 그른지에 대해 토론을 한 후 옳지 않다고 느끼면 ‘민주화’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요즘 언론 등에 일베가 많이 이슈화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와서 노는 데로 변한 것 같다. 전문적인 글보다는 자극적인 글에 대한 외부의 반응이 더 좋으니까 계속 그런 쪽으로 몰리는 것 같다. 일베 내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애들은 글을 올리지 못하고 보기만 하게 글 쓰는 것은 유료화하자는 의견까지 나온 적이 있다.”

- 정치적인 관심도 충족되나.

“그렇다. 우리 사회 자체가 ‘왼쪽’에 치우친 경향이 있다. 책이나 언론에서 공개적으로 ‘오른쪽’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일베는 오른쪽 얘기를 자세히 해주니까 마음에 든다.”

- 원래부터 보수였나.

“대학 때는 학생운동을 꽤 열심히 했다. <다시쓰는 현대사> 같은 책도 찾아 읽었고, 학생운동 하느라 군대도 늦게 갔다. 그런데 선배들에게 유신시대나 5·18에 대해 의심스러운 점을 물어보면 선배들은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질문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다그쳤다. 그들에게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그들의 확고한 신념을 건드려 싸움이 시작되는 꼴이 됐다. 대화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공부를 해서 후배들에게 알려주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

- 호남 비하를 어떻게 생각하나.

“호남에서 군 생활을 했기 때문에 호남 사람들을 비하하는 것은 불편하다. 하지만 호남 사람 특유의 패거리 문화가 있는 건 사실이다. 자기들끼리의 결속력이 강해지면 그 반대 세력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 ‘김치X’에 대해 동의하나.

“남대문시장에서 담배 피우려고 앉아 있는데 옆에 앉은 여자 둘이 이야기를 하더라. 둘 중 한 여자가 결혼을 할 건데, 남자가 1억원밖에 혼수를 안 해줘서 파혼을 할 거라는 거다. 그걸 보면서 정말 분개했다. 그런 게 ‘김치X’다. 외국으로 성매매하러 가서 국격을 훼손하는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사람들은 욕먹어야 한다.”

- 다문화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만나본 이주노동자들은 선하고 이웃 같아서 좋은 인식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언론에서는 외국인들의 범죄가 계속 나오니까. 한국 땅에서 착하게만 살면야 괜찮지만, 자꾸 범죄를 일으킨다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

- 일베 이용자들이 언젠가 오프라인으로 나오게 될까.

“그럴 가능성은 적은 것 같다. 사이트 성격이 원래 ‘친목질’을 반대하기 때문에 한데 뭉쳐서 세력화하진 못할 거다. 인터넷 공간 안에서만 거대해 보일 뿐. 가끔 오프라인에서 누가 인증한다고 할 때 구경하러 가는 경우는 있는데 서로 만나지는 않고 몰래 사진 찍어서 놀리기만 한다. 그렇지만 나 같은 경우 외국인 범죄 문제가 심각해지면 ‘외국인 범죄 척결연대’ 같은 단체에 가입해 활동하는 것도 검토해볼 것이다.”

- 일베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베 유저들의 표현에 거부감이 들 수 있다. 비속어가 섞여 있다던가, 여성의 성기를 의미하는 단어로 여성을 지칭한다던가. 하지만 1~2주 시간을 가지고 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유저들끼리 단순히 노는 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저 배설공간이니 내버려둬도 된다고 본다. 그보다 지금 이렇게 일베를 공격하는 데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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