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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버스사고 뒤엔… ‘더블 운전’ 관행 있었다

2014.03.31 06:00 입력 2014.03.31 13:59 수정

서울 시내버스 기사들 과로 부르는 근무 환경

사상자 19명을 낸 송파 버스사고 운전기사 염모씨(60)는 경찰 조사결과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근무시간은 오전 5시30분부터 오후 2시40분까지였지만 노모를 간병해야 하는 동료의 부탁으로 오후 11시43분까지 무려 18시간 동안이나 근무하면서 운전 중 졸았다는 것이다.

버스기사들은 인력 부족으로 휴가나 연차를 내지 못한 동료 기사에게 부탁을 받고 한 사람이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운전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다고 지적한다.

▲ 오전·오후 두 번씩 근무
만연규정위반 대리운전이지만 회사, 신규인력 안 뽑고 방조
버스 1대당 2인 주야 교대… 최소 인원 운영 “대휴 눈치”

30일 서울 강동구 강일동 버스공용차고지에서 만난 전직 버스기사 ㄱ씨(60)는 “운전자들 사이에 ‘더블’이라 불리는 관행이 만연해 있으며 회사는 사실상 이를 묵인한다”고 말했다. 더블은 운전기사가 일당 12만원가량을 다른 기사로부터 건네받고 오전과 오후 하루 2번 근무하는 것을 의미한다. 코스를 대신 한두 번 도는 ‘탕뛰기’도 3만~5만원 선에서 거래된다.

ㄱ씨는 “운전자들이 더블을 하는 이유는 버스회사가 최소한의 인력만으로 운영되며 기사들은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ㄱ씨가 일하는 ㄴ승합은 차량 수가 156대인데 기사는 350명이다. 버스 1대에 기사 2명씩 주야 2교대로 주5일 근무하고 남는 인원이 휴일근무를 대체한다. 최소 인력이다. 사고가 발생한 3318번 차량이 속한 송파상운 역시 차량이 104대, 운전자는 233명으로 버스 대 기사 비율이 약 1 대 2였다.

ㄱ씨는 “정년 후 계약직이라도 얻고, 운행 중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버스기사들은 회사 눈치를 보느라 연차나 휴가를 내지 못하고 ‘더블’을 사고파는 방법을 택한다”고 했다.

다른 버스회사에서 일하는 ㄷ씨(56)도 “돈을 받고 근무를 대신 서주는 것은 만연한 일”이라며 “시간제 기사의 경우 아르바이트 개념으로 근무를 대신 서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버스회사의 관리감독 소홀도 ‘더블’ 관행에 한몫한다. 송파상운은 배차 관리감독 인력을 별도로 배치하지 않고 전산상으로만 운행일지를 기록하게 돼 있다. 동료의 ID카드로 관리감독기관인 시청에 제출하는 기록을 조작할 수 있다. ㄷ씨는 “회사도 더블 관행을 다 알고 있지만 신규 인력을 채용하지 않는다”며 “인건비 절감을 통한 경영효율을 높이려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 버스회사 중 일부에선 오후 근무 다음날 오전 근무를 이어서 하는 ‘꺾기’ 관행도 계속되고 있었다. 경력이 20년 된 버스기사 정모씨(52)는 “꺾기 근무를 하면 졸음운전이 비일비재하다. 동호대교 차선을 넘나들다 정신이 번쩍 들거나, 졸지 않아도 정신이 멍해 신호에 제때 출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이날 송파상운 조모 상무(53)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지난 29일 택시 3대를 연쇄추돌한 1차 사고의 원인은 졸음운전이라고 밝혔지만 2차 추돌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1차 추돌부터 2차 추돌까지 걸린 시간은 ‘69초’로 조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사고버스의 블랙박스를 복원했지만 2차 사고 직전 마지막 5초간의 영상은 살려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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