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김 과장, 내곡동 사무실에서 ‘위조문서 팩스’ 중국에 보내

2014.04.01 06:00 입력 2014.04.01 07:34 수정

‘비정상문서’ 탄로 우려, 중국 보낸 공문 가로채

수수료 지급 문의하자 “그대로 진행하라” 지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조작은 국가정보원 직원들과 협조자의 조직직이고 계획적인 범행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8월까지 국정원 대공수사팀에서 간첩사건 당사자 유우성씨(34) 사건의 수사와 공판지원을 담당했던 중국 선양 총영사관 권모 부총영사와 그 후임자인 김모 과장(48·일명 ‘김 사장’)이 범행을 기획·지시했다. 국정원 협조자 김모씨(61)와 국정원 직원인 이인철 선양 총영사관 영사는 김 과장 등의 지시에 따라 중국 공문서를 위조하거나 거짓 영사확인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정원은 특히 재판부가 증거위조를 의심해 중국에 사실을 확인하는 와중에도 새로운 증거를 위조했다.

<b>특검요구 단식농성</b> 국정원시국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관권부정선거 및 간첩조작 특검 등을 촉구하는 단식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연 뒤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특검요구 단식농성 국정원시국회의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관권부정선거 및 간첩조작 특검 등을 촉구하는 단식농성 선포 기자회견을 연 뒤 향후 투쟁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 김영민 기자 viola@kyunghyang.com

■ 국정원에서 이뤄진 조직적인 범행

김 과장은 지난해 9월26일 중국 허룽시 공안국이 발급한 것으로 돼 있는 유씨의 북·중 출입경(출입국)기록을 10월 중순 또 다른 협조자 ㄱ씨로부터 받아 공판담당 검사에게 제출했다. 검사는 이 출입경기록이 실제 발급된 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10월24일쯤 선양 총영사관을 통해 허룽시 공안국에 발급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허룽시 공안국에 발급 여부를 문의하면 비정상적으로 문서를 입수한 사실이 탄로날 것을 우려한 김 과장과 권 부총영사는 내부 회의를 거쳐 이인철 영사로 하여금 특정 시각에 허룽시 공안국에 팩스로 공문을 발송하되 사전에 이름이 파악되지 않은 사람에게 그 시각을 알려줘 허룽시 공안국 책임자가 그 공문을 보지 못하도록 중간에 가로채게 했다.

김 과장 등은 이 성명불상자를 통해 출입경기록에 대한 사실확인서를 위조해 11월27일 서울 내곡동 국정원 사무실에서 웹팩스(인터넷 팩스)로 선양 총영사관에 발송했다. 김 과장 등은 이 위조서류를 진짜처럼 꾸미려고 발신번호를 허룽시 공안국 대표 전화번호로 조작했다.

■ 김씨 “가짜로 만들어오는 방법밖에 없다”,
김 과장 “중국에서 문제될 리 없으니 위조하라”

유씨 변호인 측은 발급일자가 지난해 11월26일로 돼 있는 싼허변방검사참 명의의 정황설명서를 12월6일 법정에 제출했다. 2006년 5월27일부터 6월10일까지 유씨가 북에 체류한 기록이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서류다.

이에 김 과장은 협조자 김씨에게 변호인 측 설명서를 반박할 수 있는 싼허변방검사참의 답변서를 구해달라고 했다. 김씨가 “가짜로 만들어오는 방법밖에 없다”고 하자 김 과장은 “중국에서 문제가 될 리 없으니 걱정 말라”며 문서위조를 부탁했다. 김씨가 “서류를 위조하겠다”고 하자 김 과장은 위조 답변서에 들어가야 할 내용도 정리해서 줬다.

김씨는 12월10일 중국으로 건너가 평소 알고 지내던 리모씨를 통해 소개받은 위조업자에게 싼허변방검사참 관인을 위조해달라고 의뢰했다. 리모씨로부터 수수료 4만위안(약 740만원)을 요구받은 김씨가 김 과장에게 지급이 가능한지 문의하자 김 과장은 “그대로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김씨는 범죄신고가 접수돼 싼허변방검사참이 답변서를 발급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거짓 범죄신고서도 위조했다. 김 과장과 권 부총영사는 위조된 싼허변방검사참 답변서가 ‘진본’이라는 거짓 영사확인서를 작성토록 이 영사에게 지시했다.

■ 위조한 증거 문서 또 있다

국정원의 증거조작은 중국 정부에 의해 위조사실이 확인되기(지난 2월14일) 바로 전날까지 이어졌다. 지난 2월 초 김씨를 만난 김 과장은 중국 옌볜조선족자치주 명의의 출입경기록과 공증서를 위조해달라고 부탁했고, 김씨는 2월13일 위조업자로부터 해당 위조문서를 받았다.

만약 2월14일 중국 정부가 앞서 제출된 증거들의 위조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면 이 위조문서도 법정에 제출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문서들은 김씨가 이달 초 자살을 기도하며 남긴 유서에 적힌 ‘가짜 서류 제작비 1000만원’에 언급된 문서로 보인다.

국정원은 당시 “유서에 나온 ‘가짜 서류 제작비 1000만원’과 관련된 문서의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요구 금액을 지급하지 않고 유예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문서들은 국정원의 지시로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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