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1단은 묶지도 않고 2단은 일반 로프로 묶어

2014.04.25 22:19
목포 | 강현석·배문규 기자

철제로프 ‘규정’ 무시… 선원들 탈출 때 화물기사 침실 그냥 지나쳐

합수부, ‘쌍둥이배’ 오하마나호 검증… 구명장비 39개 모두 ‘먹통’

검경 합동수사본부(합수부)는 25일 청해진해운이 여객선 세월호에 컨테이너 화물을 실으면서 1단은 아예 묶지도 않고, 2단도 일반 로프로 묶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부는 세월호에 화물을 적재한 직원을 소환 조사하면서 “2단 컨테이너를 실을 때 철제 로프로 묶어야 하는데 16㎜ 밧줄로만 묶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직원은 “잘못된 화물 적재였지만 세월호에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는 진술도 했다. 컨테이너 화물을 실을 경우 1·2단 모두 철제 로프를 이용해 단단히 결박하는 것이 규정이다.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는 “화물을 제대로 실었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화물 고박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면서 “구명뗏목의 안전점검을 한 업체 관계자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렀다”고 밝혔다.

선원들이 세월호에서 탈출하면서 탈출 경로 바로 옆에 있던 화물기사 침실과 승객대기실을 외면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박모 기관장은 탈출을 위해 5층 조타실에서 3층으로 내려오면서 단원고 학생들이 많이 타고 있던 4층을 그냥 지나쳤다.

합수부 관계자는 “박 기관장이 4층 객실문을 열고 ‘탈출하라’고만 했어도 학생들의 희생을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기관장이 탈출할 때 객실 사진을 보면 학생들은 선내 방송만을 믿고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선원들은 3층 기관부 선실 뒤에 화물차 운전기사들만 사용하는 별도의 객실이 있었지만 문을 열려는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이 객실에서는 화물차 운전기사 30여명이 쉬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선원들은 경비정이 도착했을 때 가장 구조되기 쉬운 장소에 모여있다 첫번째로 탈출해 육지에 도착한 뒤 자신들의 신분이 선원이라는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한 선원은 “아무래도 선박 승무원인데 먼저 구조됐기 때문에 신분을 밝히지 못한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합수부는 이미 구속된 선원 11명이 목포해경 유치장에 함께 있을 경우 말을 맞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목포교도소에 분산·수감시켰다.

한편 청해진해운이 보유하고 있는 세월호와 ‘쌍둥이배’로 알려진 오하마나호의 구명장비는 단 한 개도 작동하지 않았다. 합수부가 오하마나호를 압수수색해 검증한 결과 구명벌(구명뗏목) 39개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 비상 탈출용 미끄럼틀(슈트)은 망치로 두드려도 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989년 건조된 오하마나호(6322t)는 세월호(6825t)와 인천~제주 항로를 교대로 운항하며 규모와 구조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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