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방의회·주민 요구 맞물려 줄줄이 인상

2015.03.12 22:07 입력 2015.03.12 22:08 수정

최저임금 논쟁 뒤늦게 불붙어… 월마트 등 일부 기업도 동참

2009년부터 7년째 적용되고 있는 미국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약 8200원)이다. 최저임금이 최고였던 때는 1968년으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현재 가치로 10달러였다. 반세기 동안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반면 노동에 돌아가는 몫은 현저히 떨어진 셈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신년국정연설에서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인상하는 이른바 ‘텐텐법’을 처리해달라고 의회에 요구한 것은 소비 활성화 등 경제적 효과 외에 경제정의 관점에서도 명분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 의회는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오바마가 연방정부 ‘사장’으로서 정부 관련 계약업체 등의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올린 것 외에는 연방 차원의 논의가 더 나가지 못했다.

월마트가 최저임금 인상 방침을 발표한 뒤 지난해 9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맥도널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시민·인권단체 관계자들이 “15달러까지 최저임금 시급을 올리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 AP연합뉴스

월마트가 최저임금 인상 방침을 발표한 뒤 지난해 9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맥도널드 패스트푸드점 앞에서 시민·인권단체 관계자들이 “15달러까지 최저임금 시급을 올리라”는 시위를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 AP연합뉴스

워싱턴 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사이 지방정치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일어났다. 코네티컷·메릴랜드주처럼 일부 카운티가 자체 법률로 최저임금을 인상한 주의 의회들은 최저임금을 10.10달러로 올리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다른 주로 회사를 옮기겠다고 협박했지만 주 차원의 민주주의는 최저임금 인상을 택했다.

최저임금 논의는 지난해 6월2일 워싱턴주 시애틀시가 2021년까지 15달러로 인상하는 법률을 채택하며 절정에 달했다.

각 지자체는 저마다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 때 주민 발의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들이 많아졌다.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인 주민발의는 일정 수의 유권자가 발의하면 투표용지에 항목을 만들어 과반이 찬성하면 그 자체로 법률이 된다. 그 결과 아칸소·알래스카·사우스다코타·네브래스카 등 주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한 지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안이 대거 통과됐다.

워싱턴 정치를 우회한 오바마의 전략은 지역 민심의 요구와 만나며 적중한 것이다. 여기에 일부 기업들이 부응했다.

미국 최대 유통체인 월마트가 지난달 자사에 고용된 종업원들의 최저임금을 오는 4월부터 9달러로 올리기 시작해 내년쯤에는 10달러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월마트의 결정은 코스트코·갭 등 다른 기업들의 발표 후 나온 것이지만 월마트가 갖는 상징성 때문에 파급효과가 컸다. 포드사가 1914년 최저임금을 기존의 두 배인 5달러로 인상한 것에 비유되기도 했다.

월마트 발표 이후 TJX 등 다른 유통체인의 최저임금 인상 발표가 이어졌다. 그런데 월마트를 압박한 것도 지방정치였다. 캘리포니아주에 가장 많은 매장을 둔 월마트는 캘리포니아 주의회가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10달러로 올리기로 한 상황에서 어차피 올릴 거라면 다른 주에 소재한 매장에까지 확대함으로써 박수를 받는 쪽을 택한 것이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노동부 장관을 지낸 경제학자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교수는 “맥도널드와 월마트는 자기 종업원들의 복리를 국가 부담으로 미뤄버리는 ‘복지의 여왕’ ”이라며 대기업들이 지금보다 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글에서 “연방 최저시급을 15달러로 올려도 이 돈이 저임금 노동자들 호주머니로 가서 소비를 증가시켜 경제에 활력을 가져오고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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