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명이 연간 1만건 직권조사 ‘수박 겉핥기’

2015.07.13 22:09 입력 2015.07.13 22:17 수정
강진구 기자

노동위 심문, 형식적 보고서 의존… ‘진실’ 판단 역부족

노동위원회 판정을 주도하고 있는 공익위원들은 자신의 생업 때문에 심문회의를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다. 자연히 이유서·답변서·증거목록 등을 꼼꼼히 검토하기보다 조사관들이 심문회의 1주일 전쯤 보내준 요약보고서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150여명의 조사관들이 연간 1만건이 넘는 심판 사건을 처리하다 보니 직권조사는 대체로 형식에 그치고, 보고서엔 당사자의 일방적 주장을 거의 그대로 담게 된다. 공익위원들이 조사보고서는 참고만 하고 심문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가려내야 할 상황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서울 강남지역에서 노무법인을 개업한 노무사 ㄱ씨(35)는 “공익위원들이 조사보고서만 보고 미리 판정문 요지를 구상한 듯 자기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지 않으면 화를 내고 심문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컴퓨터를 켜고 판정문을 작성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노동자가 구체적으로 사용자가 제출한 증거의 위·변조 가능성을 제기해도 묵살되는 경우가 많다.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최강연 노무사는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폐기물 위탁처리업체 고려정업의 교섭대표노조 시정 사건에 대한 초심 판정문을 읽다가 사측이 제출한 ‘단체교섭요구 공문’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노조대표 대신에 사장 이름이 적혀 있고, 노조사무실 주소도 본사 주소로 적혀 있었다. 사측이 유령노조를 실체가 있는 ‘교섭대표노조’로 가장하기 위해 공문을 조작했다는 의심이 들었다. 최 노무사는 중노위에 직권조사를 통해 진상을 확인하고 형사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중노위는 ‘해당 문서는 노동위원회 요구자료가 아니라 임의제출 자료라 처벌대상이 아니다’라며 직권조사 없이 면죄부를 부여했다. 심문회의도 열지 않고 사측의 일방적 주장을 토대로 교섭대표노조 시정 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최 노무사는 “교섭창구단일화 사건에서 사측 자료는 노조에 전혀 전달되지 않아 초심 판정서를 보고 나서야 내용을 알거나 그나마 판정서에도 없으면 모르고 넘어간다”며 “중노위까지 형식적으로 직권조사를 한다면 사용자의 증거조작에 대항하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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