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범죄 ‘솜방망이 처벌’로 근로감독관 의욕 꺾는 법원·검찰

2015.07.16 22:08 입력 2015.07.16 22:50 수정

▲ 근로감독관이 5년간 적발한
최저임금법 위반 4만여건 중
구속기소 1명·실형 3명뿐

▲ “사법기관 형벌권 포기
사용자에 면죄부 부여”

근로감독관이 노동범죄에 대해 사법경찰관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데는 검찰과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독관 입장에서 힘들게 수사해도 구속되거나 실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법기관이 노동범죄에 대한 처벌을 사실상 방기하면서 형벌권이 무력화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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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이 대법원과 대검찰청으로부터 입수한 2010~2014년 형사사건 처리 현황(검찰·1심 법원)을 분석한 결과 매년 200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못 받고 있음에도 5년간 최저임금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용자는 단 3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집행유예 8명, 벌금형 122명, 선고유예 33명, 무죄 1명 등이었다. 이 기간 근로감독관들이 4만8349건의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를 적발했으나 사법처리 의견으로 송치한 경우는 55건에 불과했고, 검찰이 구속기소한 사람은 1명뿐이었다. 전국 공단의 입주기업들이 공공연하게 파견이 금지된 제조 공정에 파견노동자를 받아 사용하고 있지만 5년간 파견법 위반으로 구속기소된 사용자도 1명에 그쳤다. 심지어 포스코 사내하청업체인 이지테크 양우권씨 등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를 못 견디고 자살하는 노동자가 속출함에도 지난 5년간 노동조합법 위반(부당노동행위)으로 구속된 사용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노동범죄에 대해 사실상 국가가 손을 놓은 채 방임하거나 형벌권을 포기했다고 할 수 있다. 노동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일반 형사사건과 비교해보면 더 확연하다. 일반 형사사건의 지난 5년간 구속기소율은 3.3%, 실형선고율은 16.4%였으나 근로기준법 위반 사범의 구속기소율은 0.07%(78명), 실형선고율은 4.4%(1126명)에 불과했다.

5년간 노조법 위반으로 입건돼 검찰에서 처리한 5738건 중 기소된 사람은 546명(9.5%)으로 파악돼 일반 형사사건의 기소율(43.7%)보다 현저히 떨어졌다. 법원 역시 노조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한 것은 5년간 1명이었다.

민변 권영국 변호사는 “노동감독기관이나 검찰, 법원 모두 노동법 위반 사범에 대한 처벌 의지가 없음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라며 “사용자들의 범죄에 대해 정부나 사법부 모두 형벌권을 포기한 수준을 넘어 면죄부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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