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제대 의대 교수, 대체복무 연구원에 폭언·갑질

2019.04.01 16:43 입력 2019.04.04 12:10 수정

“말 안 들으면 군대 보낸다” “초등학교도 안 나온 똥강아지”

번역 등 규정 어긴 업무 지시…피해자, 스트레스로 췌장염

근로감독관도 “일 잘 못했네”, 병역법 위반만 처벌…소송 중

한 의대 교수가 대체복무 중인 전문연구요원에게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군대에 보내겠다고 폭언하며 각종 잡무를 시켰다. 이 교수는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지만 근로기준법을 어기지는 않았다는 판단을 받았다. 피해자는 해당 교수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2013년 9월~2016년 2월 인제대 의과대학에서 전문연구요원으로 근무한 안모씨(33)는 신모 교수(57)에게 지속적으로 폭언을 들었다. 중국 의사자격을 보유한 안씨는 대체복무제도인 기초의과학분야 전문연구요원으로 선발됐다. 병역법상 안씨는 병무청에서 지정한 개발연구 활동만 해야 하지만 신 교수는 2013년 9월~2014년 6월 중국어 번역을 지시했다. 임상시험 투약 보조, 회의록 작성, 조사 및 보고서 작성 업무를 시키기도 했다.

병역법 규정상 전문연구요원은 최초 편입 후 복무일수의 절반인 1년6개월까지는 다른 업체로 이직할 수 없다. 신 교수는 이 규정을 들어 안씨를 위협했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군대에 보내겠다” “야근을 못하면 폐인이지 사람이냐” “따지고 보면 군인인데 맘대로 휴가를 쓰려고 하느냐” “초등학교도 안 나온 똥강아지”라고 했다.

안씨는 신 교수의 폭언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2014년 6월 급성 괴사성 췌장염이 발병해 3개월 동안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등 11개월의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신 교수는 안씨가 입원해 병가 중일 때도 “조사보고서 업무를 해내지 못하면 복직이 어려울 수 있다”며 일을 시켰다.

안씨는 2016년 3월 신 교수를 근로기준법상 강제근로금지 위반 혐의로 부산고용노동청에 진정했지만 8월 ‘혐의 없음’으로 행정 종결 처리됐다. 근로감독관은 “병역특례요원의 특성상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해 근로를 강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조사 당시 녹취록에 따르면 근로감독관은 안씨에게 “일을 잘 못했네” “병역특례 신분이잖아요. 일반적으로 보면 그런 내용을 많이 하지 않아요?” “군 면제하기 위해 그런 업무 하는 거잖아”라고 말했다.

부산지법은 2016년 12월 신 교수가 의무분야 외 번역 업무를 시킨 사실을 인정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벌금 400만원의 약식명령 처분을 내렸다. 안씨는 신 교수를 지난해 8월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지만 부산지검은 지난 1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안씨가 신 교수의 지시에 따른 업무에 대해 별다른 이의 없이 수행하고 논의 과정도 거쳐왔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를 강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씨는 지난 2월18일 항고했다. 법률지원을 맡은 최정규 원곡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신 교수가 군대에 보내겠다고 협박하는데 대체복무 중인 안씨가 업무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겠느냐”며 “신 교수가 지정 분야 외의 업무를 시킨 사실이 인정돼 처벌받았는데도 검찰이 불기소한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안씨에게 폭언을 한 적이 없고 병가가 끝난 뒤에도 바로 복직할 수 있도록 조치하는 등 평소 관심과 애정을 표시했다"며 "안씨의 급성 췌장염이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은 의학적 근거가 없다. 안씨가 원래 갖고 있던 지병이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대한의사협회 감정서 내용"이라고 전했다.

추천기사

기사 읽으면 전시회 초대권을 드려요!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