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 노사 또 격돌…민주당은 방지법 발의

2022.05.17 17:23 입력 2022.05.17 17:39 수정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노동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2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왼쪽)와 노동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 적용’을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업종별 차등 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언급하면서 쟁점으로 부각됐다. 야당은 업종별 차등 적용을 막는 법안을 발의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7일 오후 세종시 고용노동부 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2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노사는 시작부터 업종별 차등 적용을 놓고 날을 세웠다.

최저임금법 제4조 1항은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면서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현행법상 업종별 차등 적용이 가능은 한 것이다.

이를 토대로 경영계는 차등 적용을 주장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자 물가지수가 소비자 물가지수보다 2배 올라 산업현장에서 (코로나19 이후) 회복 지체로 걱정이 많다”며 “최저임금 수준을 감당하지 못하는 업종이 있기 때문에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차등 적용을) 심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희 중소기업중앙회 스마트일자리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 등 때문에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존 주문까지 취소하는 기업도 있다”며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노동계는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4.8%로 13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며 이에 맞는 인상률을 책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최저임금제를 경제논리로 폄하·부정하는 것은 2500만 임금 노동자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며 경영계를 비판했다. 이 사무총장은 “만원짜리 한 장으로는 밥 한끼도 못 사먹을 정도로 노동자·서민의 생활은 어려워지고 있다”며 “업종 구분과 같은 불필요한 논쟁은 걷어버리고, 최저임금 본래 목적을 확립할 수 있는 건설적인 논의가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불법 집회 주도 혐의로 구속돼있는 윤택근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옥중 인사말 대독을 통해 윤 대통령과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차등 적용 발언이 최임위에 대한 간섭과 개입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 수석부위원장은 “정부 태도로 인해 수십년간 지속된 업종별 차등 적용 논란이 최근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며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삶의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위원들이 전문위원회로부터 생계비 분석과 최저임금 적용 효과에 관한 실태조사 분석을 보고받았다. 업종별 차등 적용 여부와 최저임금 수준은 향후 회의에서 순차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한국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최저임금연대 관계자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올바른 최저임금제도 운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민주노총·한국노총의 최저임금위원회 노동자위원, 최저임금연대 관계자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올바른 최저임금제도 운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문제는 경영계가 말하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현재의 공통 최저임금보다 낮게 정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발생한다.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노동자의 생계를 보장하려는 최저임금 제도 취지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1988년 이후 업종별 차등 적용이 이뤄진 것은 법 시행 첫 해 한 번 밖에 없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할지에 대한 연구자료도 풍부하지 않다.

최임위는 2017년에는 노·사·공익이 추천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검토한 결과 업종별 차등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을 낸 바 있다. 당시 TF는 다수의견으로 “최저임금 취지상 업종별 구분 적용의 타당성을 찾기 어렵다”며 “구분적용되는 업종은 저임금 업종의 낙인효과가 발생하고, 업종별 구분을 위한 합리적 기준이나 통계 인프라도 없다”고 밝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은 업종별 차등 적용 조항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며, 이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의원은 “코로나19로 인해 가뜩이나 삶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 저임금 노동자에게 차등 적용 시도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며 “더 낮은 최저임금으로 노동자와 노동자를, 노동자와 영세 소상공인을 갈라치기하는 차등 적용 시도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차등 적용이 수년간 최임위에서 표결해 부결됐으나 사용자단체가 최저임금 심의를 지연시켜 수차례 투표가 진행돼왔다”며 “불필요한 논쟁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어 이 의원 발의안이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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