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타오빠 좀 봐 주세요!” 강남서 사이트 ‘H.O.T전쟁’

2000.11.22 13:21

“강타오빠 좀 봐 주세요!” “봐달라고? 음주운전을 봐줘?”

서울 강남경찰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때아닌 ‘H.O.T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20일 H.O.T의 멤버 강타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 강남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된 게 화근이었다.

강타의 입건 사실이 알려지자 H.O.T팬과 안티 H.O.T팬들은 경찰서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점거, 강타의 처벌을 놓고 한바탕 설전을 벌이고 있다.

H.O.T의 열혈팬들은 다양한 작전으로 동정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강타를 무조건 용서해달라는 ‘눈물 바람형’부터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용서해 달라는 ‘미워도 다시한번형’, 그리고 처벌은 하되 연예인 활동은 제약하지 말아야 한다는 ‘잇속 챙기기형’ 등의 의견으로 강남경찰서 자유게시판을 도배했다.

한 네티즌은 “사람은 안 다쳤으니 그리 큰 죄는 아니지 않나요? 경찰 아저씨, 10대들의 영원한 우상 강타오빠를 제발 한번만 봐 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또다른 네티즌 ‘죄송해요’는 “강타오빠가 잘못한 건 사실이지만 단 한 번의 실수입니다.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 아닌가요. 용서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안티 H.O.T 팬들이 ‘입바른 소리’를 하고 나서자 삽시간에 경찰서 게시판은 양측의 서로 상반되는 주장으로 뒤덮였다.

이들은 맹목적으로 강타를 싸고도는 팬들을 ‘빠순이’라 부르는 것도 서슴지 않으며 ‘벌받을 만한 일을 저질렀으면 벌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fan’이라는 네티즌은 “팬이면 팬답게 조용히 지켜보면 안 되는가. 왜 괜히 경찰서 게시판에 와서 시끄럽게 떠들어대는지 모르겠다”며 “봐달라고? 음주운전을 봐줘? 그게 말이나 되나?”라고 되물었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연예인은 음주운전해도 다 불구속이냐”라며 “담당경찰관은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는 네티즌도 있다.

이같은 안티팬들의 주장으로 파문이 확산될 것을 의식한 듯 몇몇 팬들은 음주운전 경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탤런트 김지수와 개그맨 지상열의 경우를 예로 들며 강타도 이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부 팬들은 경찰서 홈페이지에서의 이러한 설전이 사건을 부각시켜 강타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자제를 당부했다.

정성희씨는 “여기는 강타 홈페이지가 아니다. 안티팬들과는 욕설을 삼가고 무조건 강타를 옹호하지도 말자”고 말했다.

조은별씨는 “진정한 H.O.T팬이라면 상식에 어긋나는 글은 올리지 말아야하며 평소에 아무리 강타를 싫어한다 해도 사고와 관련없는 인신공격성 발언은 피해야 한다”며 양측에 일침을 가했다.

한편 사건이 보도된 지 하루가 지난 21일 현재 강남경찰서 자유게시판에는 2000여건 이상의 강타관련 글만이 집중적으로 올라와 있어 게시판 본래의 기능이 마비되고 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유명 연예인이라 어린 팬들의 선처 호소는 예상했지만 이렇게 집단적으로 게시판에서 팬과 안티팬과의 싸움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며 “게시판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보고 있다”며 난처함을 감추지 못했다.

〈경향닷컴/김미희기자 mh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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