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재산세 인하’도미노

2004.09.01 18:08

정부 방침에 따라 재산세를 인상했다가 주민들의 ‘조세저항’에 부딪히자 세금을 다시 깎아주는 지자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 곳에서 소급해 깎아주기로 하자 다른 곳에서도 도미노 현상처럼 속속 인하하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거둬들인 세금을 다시 반환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무더기로 벌어지게 됐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재산세를 소급 삭감한 자치단체에 대해 대법원에 제소하고, 교부금 배분에 불이익을 준다는 방침이지만 주민 여론을 의식한 자치단체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현황=서울시 자치구 25개 가운데 지금까지 재산세 인하 조례안 또는 재산세 소급 인하 조례안을 통과시킨 곳은 강남, 서초, 송파, 중구 등 11곳이다. 대부분 이미 징수한 재산세의 20~30%를 깎아주기로 했다.

현재 20% 인하 조례안을 의회에 제출한 노원구까지 합치면 절반에 가까운 12곳의 자치구들이 재산세 인하 바람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이밖에 마포구 등 2~3개구에서도 “왜 우리는 안 깎아주나”라는 주민들의 여론 때문에 소급인하 논의가 진행중이다. 경기도에서는 성남시(30%)와 구리시(30%)가 관련 조례를 통과시켰고 과천, 용인시 의회도 재산세 삭감을 논의 중이다.

◇왜 인하하나=재산세 부과 기준이 올해부터 국세청 기준시가로 바뀌면서 공동주택(아파트)의 재산세가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인상폭이 큰 강남권을 중심으로 재산세 인하 움직임이 시작됐다. 고소득층이 모여 사는 강남권 자치구들이 먼저 재산세를 깎아주면서 강북 주민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고 이에 해당 지역 의회가 재산세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세수 감소 파장=재산세를 깎아주면 주민들의 부담은 줄어든다. 하지만 자치단체의 세수가 줄어 이 세금으로 쓸 주민복지정책은 그만큼 위축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와 경기도는 재산세를 삭감한 자치단체에 대해 교부금 배분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내 자치구 중 강남, 서초, 중구 등 3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자치구는 재정자립도가 50%를 밑돈다. 이들은 부족한 재정을 서울시가 주는 조정교부금으로 충당하고 있어 이 교부금에서 불이익을 받으면 그만큼 타격이 커지게 된다.

◇전망=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치구들의 재산세 깎아주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양천구 등 뒤늦게 재산세 인하를 추진한 6개 구청 모두에 대해 조례안 재의를 요구했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재의결될 가능성이 높다. 조례안이 재의결돼 공포될 경우 서울시는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재산세 인하가 대세로 굳어지면서 실제 소송할지는 미지수다.

서울시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해당 주민들은 재산세가 다시 산출되는 오는 가을쯤 재산세를 돌려받게 된다.

〈경태영·문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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