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① 미개의 출구 ‘ㅇㅈ’] 여당 대표의 ‘연탄·아기·쇠파이프·조선족 발언’ 미개함의 상징이 되다

2016.03.21 23:31 입력 2016.03.22 00:08 수정

청년들이 본 미개의 축 ‘정치’

한국의 청년들에게 물었을 때 ‘미개함’을 구성하는 큰 축은 ‘정치’다. 청년들은 정치인들의 몰상식한 발언과 잘못된 소통 방식에서 ‘미개’를 목격했다. 그런 정치인들을 탄생시키는 정당을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비합리적으로 투표하는 행태 역시 정치적 미개함의 원인이라고 봤다.

청년들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자주 연결지어 말하는 키워드는 ‘상식’과 ‘농담’이다.

청년들은 정치적 성향을 막론하고 그의 ‘연탄 발언’을 미개함의 상징으로 꼽았다. 지난해 12월 김 대표는 연탄 나르기 봉사를 하며 아프리카계 유학생에게 “니는 연탄 색깔하고 얼굴 색깔하고 똑같네”라고 말했다. 직장인 최미나씨(29·가명)는 “연탄 발언은 농담이 아닌 인종차별”이라며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아기 낳은 순서대로 비례대표 공천 줘야”(2014년 11월), “쇠파이프 휘두르는 파업만 없었으면 국민소득 3만달러 넘었을 것”(2015년 9월), “저출산 해결 위해 조선족 받아들여야”(2016년 1월) 등의 발언도 다수의 청년들이 ‘정치인의 미개한 말’에 포함시켰다. 인권·평등 등이 근대적 개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김 대표의 발언은 ‘몰상식’과 ‘전근대적 미개함’의 표본이라는 것이다. 직장인 이희준씨(31·가명) 역시 “김 대표는 인종·성차별주의자라는 점에서 한국의 트럼프”라며 “그가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걸 보면 한국이 정말 (차별에) 관대하다”고 말했다.

지도자의 ‘소통 부재’도 미개함의 증표로 꼽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개 의미망’에 등장하는 맥락은 ‘책상’과 긴밀히 관련된다. 테러방지법을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한창이던 지난 2월, 박 대통령은 “그 어떤 나라에서도 있을 수 없는 기가 막힌 현상”이라며 책상을 10여차례 내리쳤다. 답답한 심경을 내비친 것이었지만 청년들에겐 “부적절한” 혹은 “권위적인” 의사표현으로 보였다. 직장인 김유리씨(32·가명)는 “국가 원수로서 품위가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바른 역사 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된다”(2015년 11월) 등의 발언과 당사자 협의 없이 진행된 위안부 협상도 ‘소통 부재’로 꼽혔다. 직장인 박성현씨(30·가명) 역시 “위안부 피해자를 무시하고 답을 내린 건 소통이 없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라고 지적했다.

청년들은 상식이 없는 정치인을 뽑는 ‘투표 문화’가 미개하다고 봤다. ‘새누리당’ ‘민주당’이란 키워드가 ‘정책’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즉 정책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정당·정치인을 맹목적으로 뽑는 행태에 대한 반감이다. 송현철씨(28·가명)는 “특정 당을 무조건 뽑아주는 지역감정이 미개하다”고 했고, 대학생 황유진씨(23·가명)는 각 정당이 선거철에 ‘이벤트’처럼 유명인을 영입하는 행태가 미개하다고 여긴다. 그는 “정당들이 사회적 사명감과 정의감이 검증되지 않은 인물을 내세워 포퓰리즘을 조장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보수 성향이라고 밝힌 청년들은 정치인 ‘희화화’에 적용되는 ‘이중잣대’를 미개함과 연결했다.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비하는 금기시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 대통령에 대한 조롱엔 관대한’ 진보 세력에 대한 불만이다.

의사 김우성씨(31·가명)는 “노 전 대통령을 조롱하면 ‘일베충’이라고 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쥐로 묘사하는 건 ‘예술’이라고 한다”며 “엄격한 잣대가 같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박재현 송윤경 이혜리 이효상 정대연 김서영 김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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