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면피용 사과 못 받아…옥시, 한국 떠나라”

2016.05.02 22:43 입력 2016.05.03 09:44 수정

옥시 ‘가습기 살균제 참사’ 5년 만에 공식 사과

<b>무슨 소용…</b>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 도중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무슨 소용… 옥시레킷벤키저 한국법인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 도중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가습기 살균제로 최대 피해를 낸 옥시레킷벤키저가 사건이 발생한 지 5년 만에 공식 사과했다. 충분한 보상안을 마련하느라 사과가 늦어졌다고 해명했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인 보상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와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사태 수습을 위해 급조한 대국민사과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옥시 한국법인(현 RB코리아) 아타 울라시드 사프달 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로 폐손상을 입은 모든 피해자와 가족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신속히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점에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옥시 제품을 사용했다 피해를 입은 경우는 사망자 70명을 포함해 177명이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판매된 옥시 가습기 살균제는 총 227만2000개에 이른다.

사프달 대표는 “7월까지 전문가 패널(기구)을 구성해 1·2등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옥시 제품을 사용한 분들을 대상으로 보상안을 마련하겠다”며 “기존에 내놓은 인도적 기금 100억원은 가습기 살균제로 고통을 받은 다른 분들을 위해 사용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상 규모 등에 대해서는 “패널 구성 후 피해자들과 협의해 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증거 은폐 의혹을 일부 직원의 실수로 일축하려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사프달 대표는 “당사에는 모든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기업 행동강령이 있다”며 “잘못된 행위가 확인된다면 즉각 시정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번 사과가 영국 본사 차원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한국법인과 영국 본사 모두를 대표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영국 본사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을 대신해 사과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발표한 보상 방안을 시행할 때 본사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산소통을 달고 생활하는 10세 소년을 비롯해 피해자 가족 10여명이 참석했다. 일부 피해자 가족들은 단상에 올라 “5년간 만나주지도 않다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니까 면피용 사과를 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들은 옥시에 “대한민국에서 자진철수하라”며 “보여주기식 쇼가 아니라 진정 어린 사과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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