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품·책상·의자 그대로 옮겨 되살린 교실 “한국 사회 바꾸는 ‘안전교육 현장’ 돼야죠”

2016.11.21 22:13 입력 2016.11.21 23:35 수정
경태영 기자

‘단원고 416 기억교실’ 다시 열린 날 가 보니

<b>“친구야, 많이 보고 싶다”</b>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을 임시 이전해 공개한 안산교육지원청 내 ‘416 기억교실’에서 21일 단원고 졸업생이 희생된 친구의 책상 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친구야, 많이 보고 싶다” 세월호 참사 당시 단원고 학생들이 사용하던 교실을 임시 이전해 공개한 안산교육지원청 내 ‘416 기억교실’에서 21일 단원고 졸업생이 희생된 친구의 책상 앞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리고, 무겁고, 아프다. 진실은 꼭 밝혀지리라 믿는다.” “청와대 홈페이지나 대변인을 통해 말하지 말고 그 시간(7시간)에 뭘 했는지 (대통령이) 직접 말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과 교사들이 사용하던 교실과 교무실을 임시 이전해 재현한 ‘단원고 416 기억교실’이 일반인에 공개된 21일, 유가족들은 눈물을 훔치며 유품들을 가슴에 품거나 쓰다듬으며 흐느꼈다. 이날 오전 9시 문을 연 기억교실에는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과 희생된 조은정양 어머니 박정화씨(50), 김초원 교사 부친 김성욱씨(57) 등 세월호 유가족들이 가장 먼저 찾았다.

교실 복도 곳곳에는 ‘우리는 이웃입니다’ ‘힘내세요’라는 추모 글과 안전한 사회와 희망을 염원하는 글들이 담긴 액자와 포스터가 빼곡히 내걸렸다.

은정양 어머니 박씨는 딸의 책상 앞에 앉아 “교육청으로 이사하고 오늘부터 일반인들한테 문을 연대. 너무 보고 싶은 내 딸 은정아. 너희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진실을 꼭 밝히고 갈게”라고 편지를 남겼다.

안산교육지원청 별관 1~2층에 마련된 기억교실은 1층에 1~4반, 2층에 5~10반 교실과 교무실이 옛 모습대로 만들어져 있다. 기존 단원고 교실은 교실당 크기가 70.56㎡였으나 기억교실은 공간이 비좁아 51~65㎡로 축소됐다. 그러나 학생들이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 칠판, 창틀 등은 그대로 옮겨왔다.

김초원 교사 부친 김씨는 딸이 사용하던 교무실과 3반 교실을 찾아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김씨는 “딸이 사랑하던 제자들과 함께 생활했던 교실에 오니 딸 생각이 더 난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전명선 위원장은 “기억교실은 잘 이전됐으나 아직도 정부나 학교에서는 단체수학여행 형식이나 절차가 바뀐 것은 없고, 아이들 안전교육도 바뀐 것이 없다”며 “이곳은 단순한 추모교실이나 기억교실이 아닌 대한민국의 교육이 바뀌고, 안전교육의 현장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416 기억교실은 지난 8월20일 단원고에서 안산교육지원청으로 임시 이전했다. 이후 3개월간 4·16가족협의회, 4·16기억저장소, 경기도교육청이 부분적 구현작업을 진행해 이날 개방됐다.

기억교실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되고, 일요일 및 공휴일은 예약 방문객을 맞을 예정이다. 기억교실은 오는 2019년 안산 단원고 옆에 건립될 예정인 4·16안전교육시설이 완공되면 교육시설 내 추모공간으로 최종 이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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