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사태에 뿔난 시민들 “공매도 금지” 청원 왜?

2018.04.09 15:15 입력 2018.04.09 15:24 수정

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삼성증권 지점 앞.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삼성증권 지점 앞. 연합뉴스

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삼성증권을 규제하고 공매도를 금지해 달라는 청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란 제목으로 올라온 청원에는 오후 3시 현재 18만5000명 이상이 참여했습니다. 청원자는 “서민만 당하는 공매도 꼭 폐지해주시고 이번 계기로 증권사의 대대적인 조사와 조치를 바란다”고 적었습니다. 이 청원 참여자가 20만명을 넘길 경우 청와대에서 공식적으로 답변을 해야 합니다.

■‘현금 1000원’이 ‘주식 1000주’로?

삼성증권이 6일 올린 대고객 공지문

삼성증권이 6일 올린 대고객 공지문

지난 6일 삼성증권에 대고객 공지문이 올라왔습니다. 삼성증권은 “6일(금) 우리사주 배당금을 입금하는 과정에서 담당 직원의 업무 착오로 배당금 대신 주식이 입고되었고, 일부 직원이 이를 매도함으로써 당사 주가 급등락이 있었다. 이에 신속한 조치를 통해 정상화했으나, 고객님께 불편과 불안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자세한 내용인즉, 삼성증권이 우리사주조합에 ‘현금 1000원’을 배당해야 하는데 ‘주식 1000주’를 잘못 배당한 것이었습니다. 삼성증권 측에 따르면 담당 직원의 입력 실수였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 정상적으로라면 우리사주 283만1620주에 28억3162만원이 배당돼야 할 상황에 28억3162만주가 배당된 셈입니다. 전날인 5일 종가(3만9800원)로 계산하면 잘못 배당된 주식의 가치는 113조원에 달합니다.


▶관련 기사- 삼성증권 '실수'에 직원들은 '팔자~' 회사도 직원도 망신살

■잘못 배정된 주식 팔기까지

심지어 ‘뜻밖의 주식’을 받은 직원 중 일부가 이를 곧바로 내다 팔았는데요. 이들을 통해 잘못 배정된 주식 중 0.18%인 501만2000주가 팔렸다고 합니다. 이 역시 전일 종가로 계산하면 2000억원 정도입니다. 삼성증권은 “주식매도를 금지하며 잘못 지급된 주식을 모두 환수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미 6일 오전 삼성증권의 주가가 급락해, 전날 대비 11% 넘게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 때문에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변동하는 경우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발동되는 변동성 완화장치(VI)가 7차례 발동됐습니다. 갑자기 풀린 매도 물량에서 원인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어떻게 ‘유령 주식’이 배당·거래될 수 있을까

이번 일로 증권사에서 전산상 오류를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었다는 점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발행되지 않은 ‘유령 주식’이 숫자만 입력하면 입고되고, 실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삼성증권의 전체 발행 주식은 8930만주이며, 발행한도는 1억2000만주인데 이번에 28억주가 배당됐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새로 발행할 경우 이사회·주주총회를 거쳐 예탁결제원에 등록하는 과정을 밟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과정 없이 주식이 배당돼 거래까지 이뤄졌습니다.

일각에선 특히 ‘공매도’가 이런 식으로 이뤄졌던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구심이 일고 있습니다. 이 사건 관련한 청와대 청원에는 ‘공매도를 금지해 달라’는 내용이 흔히 보입니다. 현재 18만5000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의 청원자도 “회사에서 없는 주식을 배당하고 그 없는 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렇다면 공매도는 대차 없이 주식도 없이 그냥 팔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증권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나 주식을 찍어내고 팔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공매도는 주식 가격이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없는 주식’을 미리 파는 행위입니다. 일반적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으로 꼽힙니다.


▶관련 기사- '유령 주식' 28억주 파문 삼성증권 '똑같은 수법'으로 공매도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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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입력해 놓고 사고나기 전까지 몰랐던 삼성증권

<자료: 금감원>

<자료: 금감원>

9일 오전에는 지난 5일 저녁에 이미 현금 배당이 주식 배당으로 잘못 입력돼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르면 담당 직원은 지난 5일 주식배당을 잘못 입력했고, 최종 결재자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으며 문제의 날인 6일 오전에도 오류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주식 배당을 입력하는 결재 라인은 담당 직원, 팀장 두 명이라고 합니다. 또한 6일 오전 9시31분 오류를 인지했지만 오전 10시8분에서야 주문을 차단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습니다.

금융위원회는 9일부터 삼성증권 특별검사에 착수하고, 모든 증권사의 계좌관리 시스템을 일괄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사건은 우리사주 조합원에게 발행되지 않은 주식 물량 입고가 가능했던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밝혔습니다.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어떻게 개인 계좌로 주식배당 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장내에서 매매까지 될 수 있었는지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 될 예정입니다. 특히 시장질서 교란 등 불공정 거래로 볼 소지가 있는지도 조사 대상입니다.


▶관련 기사- 금융당국 "9일부터 삼성증권 특별검사 착수"

▶관련 기사- 삼성증권 '배당 착오', 하루 전날 이뤄졌지만 아무도 발견 못했다

■“구제하겠다” 했지만 이미 무너진 신뢰는…

9일 금감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일부 직원은 회사의 경고 메시지와 매도 금지 요청에도 불구하고 들어온 주식을 매도하는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였습니다. 이날 잘못 배당된 주식을 판매한 삼성증권 직원은 총 16명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삼성증권 측은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을 설치했으며, 피해 투자자 구제 등 신속한 사후조치를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경실련은 “증권 업무 자체의 특성상 직원들은 준법의식과 윤리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검찰이 나서서 철저히 수사해, 위법 사항이 있을 경우 엄중한 처벌을 해야 한다. 또한 금융 당국은 삼성증권을 비롯한 모든 증권거래시스템과 과거 악용사례에 대해 전수조사하고, 제도적 개선과 시스템적 재발 방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삼성증권 사태는 자본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린 금융 참사”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한 공매도가 아니라 유가증권 주가조작 사건이다. 이번 뿐 아니라 관행인지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전산 시스템에 존재하지도 않는 주식이 무제한 발행될 수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역시 “금융 시스템 근간을 뒤흔들고 시장경제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라고 말했고,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조배숙 민주평화당 대표는 “공매도 규제를 다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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