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파문

삼성증권 ‘배당 오류’ 하루 동안 몰랐다

2018.04.09 23:09 입력 2018.04.16 18:11 수정

‘매도 금지’ 4차례 공지에도 주식 판 직원들 ‘도덕적 해이’

인지하고도 대응까지 37분 걸려

30분간 매도 이어져…전날 입력 실수, 최종 담당자도 ‘깜깜’

발행주식 31배 초과 못 잡아낸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 ‘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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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원이 넘는 주식배당 사고를 낸 삼성증권이 지난 5일 담당 직원이 주식배당을 잘못 입력했음에도 다음날 오전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또 배당 오류를 인지하고 임직원의 거래를 차단하는 데까지 37분이 걸리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 직원 중 일부는 회사가 ‘매도 금지’ 공지사항을 여러 차례 내보냈음에도 주식을 매도하는 등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

금융감독원은 9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삼성증권 배당 오류 경위와 향후 검사 방향을 설명했다.

삼성증권의 우리사주조합 주식 담당 직원은 지난 5일 우리사주조합 주식에 나갈 배당금 28억1000만원을 28억1000만주로 잘못 입력했다. 최종 결재라인인 담당 팀장은 이를 찾아내지 못했고 결재가 그대로 이뤄졌다. 금감원은 발행주식 수가 8900만주인데 이를 31배 초과하는 주식배당이 입력됐음에도 경고메시지가 뜨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스템 전반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잘못 배당된 주식이 삼성증권 직원들의 계좌에 들어간 시각은 지난 6일 오전 9시30분이었다. 업무담당자는 주식이 입고된 직후인 9시31분 배당금이 주식으로 잘못 입력됐다는 사실을 처음 알아차렸다. 삼성증권 증권관리팀장은 9시39분 이를 본사 부서에 유선 전화로 알렸고, 9시45분 유선 전화로 ‘직원 매도 금지’ 안내를 전파했다. 본사 업무개발팀이 사내망에 ‘직원 계좌 매도 금지’ 긴급팝업 공지를 띄운 건 9시51분이었으며, 이때부터 5분 단위로 두 번 재공지가 이뤄졌다.

그러나 잘못 배당된 주식을 받은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은 9시35분부터 이를 팔아 치우기 시작했다. 삼성증권 주식의 하루 평균 거래량이 40만주가 안되는데 30분 만에 일평균 거래량의 10배가 넘는 매도 물량이 나왔고, 주가는 급락했다. 삼성증권 주가는 오전 9시32분 3만9800원에서 직원들의 매도 직후인 9시39분 3만6400원으로 불과 7분 만에 9.3% 떨어졌다. 오전 9시56분에는 3만5150원으로 전날(3만9800원)보다 약 12% 수직낙하했다. 금감원은 이때 삼성증권 주식을 덩달아 매도한 일반 투자자들의 재산상 피해도 발생했다고 밝혔다.

직원들의 매도는 오전 10시5분까지 이어졌다. 금감원은 오전 9시45분 ‘잘못 배당된 주식을 팔지 말라’는 회사의 요청이 나온 20분 뒤에도 일부 직원이 주식을 팔아 치워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함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잘못 들어온 주식을 매도한 사람들은 총 16명(501만2000여주)이었다.

금감원은 실제 주문을 차단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려 위기 대응조차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아예 직원들이 매도 주문을 하지 못하도록 시스템상 임직원 전 계좌 주문 정지 조치가 이뤄진 때는 착오를 인지하고도 37분이 지난 오전 10시8분이었다.

삼성증권은 매도된 주식이 결제되는 10일에 대비해 오전 11시20분 기관투자가들로부터 약 241만주를 차입, 약 260만주를 장내매수했다.

[삼성증권 파문]삼성증권 ‘배당 오류’ 하루 동안 몰랐다

이번 사고로 우리사주조합 주식의 배당 입력 시스템 문제도 드러났다. 보통 주식배당은 예탁결제원을 거쳐서 이뤄지지만 우리사주조합 주식은 이를 거치지 않고 발행회사가 직접 업무를 처리한다. 금감원은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을 분리해야 하는데 하나의 시스템에서 처리하다 보니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김도인 금감원 부원장보는 “브리핑 전 증권사 4곳에 연락해 파악한 결과 이들 증권사도 삼성증권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시스템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4월 중 배당이 예정된 다른 증권사를 대상으로 내부통제를 요구하는 한편 배당 시스템 자체를 전반적으로 개선키로 했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고 당시 매도된 주식의 결제가 이뤄지는 10일까지 직원 3명을 파견해 특별점검을 시행하고, 11일부터 7영업일 동안 현장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삼성증권은 9일 ‘투자자 피해구제 전담반’을 설치했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접수된 피해 사례는 180건이었다. 삼성증권은 입력을 잘못한 담당 직원과 주식을 매도한 16명 등을 대기발령 조치했으며,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에게 손실액을 전액 청구키로 했다. 손실액은 1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삼성증권의 사과문에 회사 차원의 사과가 없다는 점에 유감을 표명한다”면서 “증권사의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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