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베수의·유족 완장 ‘일제 잔재’…서울시, 우리 장례문화 조명

2018.12.31 11:31

이청준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한 장면.

이청준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한 장면.

우리 조상들은 생전에 고인이 입었던 가장 좋은 옷을 수의(壽衣)로 사용했다.

고인에게 삼베로 만든 수의를 입히는 것을 전통적인 장례문화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이 풍습은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1934년 ‘의례준칙’을 통해 관혼상제와 같은 우리의 전통 생활양식을 일본식으로 바꾸면서 시작됐다.

삼베수의뿐만 아니라 유족들이 팔에 차는 완장과 머리에 다는 리본, 국화로 치장한 영정과 같이 오늘날 보편화된 장례문화 상당수가 일제강점기의 잔재다.

서울시와 시립 장사시설을 관리·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은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2019년 새해를 맞아 ‘빼앗긴 길, 한국 상·장례 문화의 식민지성’이라는 주제의 장례문화 전시회를 지난 28일 서울시청 1층 로비에서 개최, 2019년 1월20일까지 연다. 사전신청 없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장례문화에 잔존하고 있는 일제의 식민지성을 집중 조명하고 장례문화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며 “한국인의 장례 전통을 말살하고 의식을 지배하기 위한 조선총독부의 식민지 정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죽음이 가까우면 새는 노래가 구슬프고 사람은 말이 선하다’, ‘1912년, 한국의 죽음이 죽다’, ‘국적 없는 죽음문화, 죽음은 죽음을 추억하지 않는다. 오직 삶이 죽음을 기억할 뿐이다’ 등 4개 주제로 구성된다.

전시공간은 한국 전통 장례에 쓰인 만장(挽章)을 터널구조물로 재구성해 관람객은 이 터널구조물 사이를 걸으며 전시 내용을 감상할 수 있다. 만장은 전통 장례에서 상여로 발인을 할 때 죽은 이를 슬퍼해 지은 글을 비단 천에 적어서 기(旗)를 만들어 상여 뒤를 따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이번 전시를 통해 국권을 잃으면 삶과 죽음의 정체성도, 문화도 모두 잃게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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