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어진 두 손, 아름다운 그 손

2019.03.01 19:31 입력 2019.03.01 19:33 수정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쪽파

-정금옥

어제 쪽파 10단을 깠다

오늘도 10단을 깠다

깔 때마다 지루하고 힘들다

그래도 까놓은 쪽파를 보면

뽀얀 속살이 예쁘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걸 보면 힘이 난다

공부랑 똑같다

지겹고 힘든 걸 왜? 하나 싶어도

척척 시를 써내니 기분이 좋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시교육청교육연수원에서는 조촐하지만 뜻깊은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2018학년도 초·중 학력인정 문해교육 이수자 졸업식’. 자식들 키우느라, 먹고살기 바빠 배움을 갖지 못한 어르신들이 늦었지만 열심히 공부해 초등학교, 중학교 학력인정을 받는 자리였습니다.

식당을 운영하는 정금옥 할머니(72)가 졸업식에서 대표로 자작시 ‘쪽파’를 낭송했습니다. 서울교동초등학교에서 공부한 할머니의 낭송 목소리가 떨립니다. 홀로 자식들을 키우며 억척스럽게 살아야했던 이제는 늙으신 우리들의 ‘엄마’. 듣는 이 모두가 숙연해집니다. 거칠어진 두 손으로 학력인정서를 꼭 잡습니다. 인정서를 잡은 두 손이 쪽파의 속살보다도 뽀얗습니다, 아름답습니다. 할머니의 두 손을 존경합니다. 사진·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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