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옷만 갈아입은 한국지엠 아·태본부

2019.05.10 06:00 입력 2019.05.10 06:04 수정

‘먹튀’ 않겠다 보증수표…‘캐딜락코리아’서 이름만 바꿔

인천물류센터서 희망퇴직 신청 시작…구조조정 의구심

지난해 한국지엠에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지원하면서 받은 ‘국내 생산 유지’ 약속의 ‘보증수표’ 격인 ‘아시아·태평양 지역본부’ 신설은 결국 기존 법인의 이름 바꾸기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한국지엠 차량 정비부품 창고인 인천부품물류센터에서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사업 구조조정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9일 ‘지엠코리아(전 캐딜락코리아)’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당사는 2019년 4월11일자로 회사명이 ‘캐딜락코리아’에서 ‘지엠아시아퍼시픽지역본부’로 변경됐다”고 기재돼 있다. 제너럴모터스(GM)의 한국 내 수입차 판매법인이 아·태본부로 이름만 바꾼 것이다.

지난해 5월 초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한국지엠대책특별위원장은 “GM이 선물을 준비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열흘 뒤 산업은행이 GM에 8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때 밝혀진 선물의 정체는 GM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생산·판매·기술개발 등을 총괄하는 본부를 국내에 유치하는 것이었다. 정부는 “GM이 한국에서 중장기 사업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며 높이 평가했다. 자동차업계는 국내에 생산법인 한국지엠, 연구개발법인 지엠TCK, 수입차 판매법인 캐딜락코리아 외에 새로운 법인이 등장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기대했던 ‘GM의 선물’은 ‘법인 재활용’에 불과했다. 한국지엠 측은 아·태본부에 100여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며 신규 채용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다. GM이 주요 생산시설을 중남미로 이전한 만큼 아·태본부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앞서 제기된 바 있다. 특히 한국지엠은 캐딜락코리아와 로열티 지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보고서는 이 계약이 한국지엠이 과거 GM글로벌연구센터(GTO)와 맺었던 비용분담협정(CSA)을 대체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지엠의 발목을 잡았던 기술사용료가 이제는 아·태본부로 지급되는 셈이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이미 산업은행 및 정부와 협의한 사안”이라며 “지역본부가 한국 사업장에 위치함으로써 생기는 이점이 크다”고 했다.

한국지엠은 희망퇴직 용도로 1002억원의 자금을 별도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자 500~700명의 희망퇴직이 가능한 금액이다.

한국지엠은 이날부터 인천물류센터에서 희망퇴직 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그간 비용 절감을 위해 인천센터와 세종물류센터의 통합이 추진된 바 있다. 사측은 희망퇴직 인원수를 생산직 68명, 사무직 14명으로 공고했다. 센터에는 현재 68명의 생산직과 48명의 사무직, 13명의 비정규직이 근무하고 있다. 생산직 전원과 세종센터와 업무가 겹치는 사무직 일부를 겨냥한 희망퇴직인 셈이다. 노조 관계자는 “한 부서만 콕 찍어서 희망퇴직하라는 것은 정리해고나 다름없다”며 “용역비용도 감축하겠다는데 희망퇴직 대상이 아닌 비정규직 13명 전원은 정리하겠다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회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추천기사

바로가기 링크 설명

화제의 추천 정보

    오늘의 인기 정보

      추천 이슈

      이 시각 포토 정보

      내 뉴스플리에 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