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엔 초등학생 위한 50년 된 ‘성 칼럼’ 있다

2019.09.27 06:00 입력 2019.10.21 16:07 수정

세계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 잡지

1969년부터 성 관련 질문 받아 연재

남자와 여자의 신체, 사춘기 등을 커버스토리로 담은  KP의 최근 이슈들. KP의 표지는 모두 일러스트로 제작된다. 루카스 편집장은 “어플을 통해 디지털버전으로도 발행되지만 멋진 일러스트가 실리는 종이 인쇄본을 독자들은 더 갖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남자와 여자의 신체, 사춘기 등을 커버스토리로 담은 KP의 최근 이슈들. KP의 표지는 모두 일러스트로 제작된다. 루카스 편집장은 “어플을 통해 디지털버전으로도 발행되지만 멋진 일러스트가 실리는 종이 인쇄본을 독자들은 더 갖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월경을 시작하게 되면 많이 아픈가요? 걱정돼요”

“저는 남자인데 여성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어요. 문제가 있는 건가요?”

각각 ‘11세 소녀’와 ‘둥근 엉덩이’로부터 온 이 질문들은 50년 전 스웨덴의 어린이 잡지 캄라트포스텐(Kamratposten)에 실린 질문들이다. ‘KP’로 불리는 이 매체는 1892년 창간돼 스웨덴은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 잡지다. KP는 1969년부터 익명의 독자들로부터 성과 관련된 질문을 받아 답하는 칼럼을 연재해왔다.

1970년대 ‘KP’의 성 칼럼 페이지. 익명의 독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답하거나, 10대 독자들과 성에 관해 이야기 하는 기사도 연재됐다.

1970년대 ‘KP’의 성 칼럼 페이지. 익명의 독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아 답하거나, 10대 독자들과 성에 관해 이야기 하는 기사도 연재됐다.

현재 격주로 발행되는 이 잡지에는 초등학교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보와 인터뷰가 실린다. 특히 아이들의 몸과 마음에 대해 묻고 답하는 2쪽짜리 고정칼럼 ‘Kropp&Knopp’(정신과 육체라는 의미)가 인기다. 어린 시절 KP의 애독자이기도 했던 루카스 비요크만 KP 편집장은 “9~13세는 아직 성관계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성에 대해 궁금증이 많은 시기”라며 “주로 사춘기 신체 변화와 사랑에 빠진 감정에 대해 궁금해하고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답을 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루카스 편집장에 따르면 남자아이들은 주로 성기와 신체 대한 질문을, 여자아이들은 사랑에 대한 감정과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더 많다. 성적 지향성과 정체성은 남녀 모두 궁금해하는 이슈다.

루카스 비요크만 KP 편집장이 최근 발간된 이슈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루카스 비요크만 KP 편집장이 최근 발간된 이슈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KP의 최신호 페이지들.

KP의 최신호 페이지들.

스웨덴 어린이 잡지 ‘KP’의 루카스 비요크만 편집장이 1892년 잡지를 창간한 스티나 퀸토의 사진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웨덴 어린이 잡지 ‘KP’의 루카스 비요크만 편집장이 1892년 잡지를 창간한 스티나 퀸토의 사진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50년 전과 비교해 독자들의 질문에 변화가 있는지 묻자 그는 “사춘기에 대한 궁금증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온라인 데이트나 포르노물 등을 쉽게 접하면서 그와 관련된 질문이 늘고, 동성애와 양성애 등 성 정체성에 대한 질문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답변은 유스클리닉의 청소년 전문상담가들이 맡고 있다. 상담가에 따라 답변은 제각각이지만 ‘누구도 죄책감을 느끼게 하지 않을 것’ 그리고 ‘솔직하게 답할 것’ 두 가지 기본 원칙은 반드시 지킨다. KP에서는 독자 의견 페이지(Letter’s from the reader)와 커버스토리에서도 성에 관한 주제를 자주 다룬다. 루카스 편집장이 보여준 최신호 역시 동성애를 주제로 한 4쪽짜리 커버스토리가 실렸다. 표지에는 손을 잡고 마주 보고 있는 두 소년의 일러스트와 함께 ‘Kar i samma Kon’, 우리말로 해석하면 ‘동성과의 사랑’이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 있다.

동성애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KP의 2019년 7번째 이슈 표지. 손을 잡고 마주보고 있는 두 소년의 일러스트에 ‘ Kar i samma Kon’(동성과의 사랑)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동성애를 커버스토리로 다룬 KP의 2019년 7번째 이슈 표지. 손을 잡고 마주보고 있는 두 소년의 일러스트에 ‘ Kar i samma Kon’(동성과의 사랑)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KP는 100% 독자들의 구독료로 운영된다. 5만 명의 구독자 중에는 동성 부모를 둔 어린이도 많다. KP는 최근 지면 밖으로 아이들의 성 이슈를 다루는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루카스 편집장은 “KP에서 연재되었던 성 칼럼을 모아 책으로 발간한 것이 꽤 높은 판매부수를 기록했다”며 “디지털화에 맞춰 ‘Kropp&Knopp’ 이름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더욱 다양한 채널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을 만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스톡홀름 | 글·사진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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