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몸 사용법’부터 피임은 물론 육아 복지정책까지…평생 배운다

2019.09.27 06:00 입력 2019.10.21 16:12 수정

(1)성교육도 ‘요람에서 무덤까지’ - 스웨덴

스웨덴 그네스타 지역에 위치한 프레야칼룬의 성교육 수업시간. 14세와 15세 학생들이 모인 이날 수업은 ‘17세에 임신을 한다면’을 주제로 한 토론수업과, 인물들의 사진을 보고 연관된 두 사람을 짝짓는 매칭수업이 진행됐다.

스웨덴 그네스타 지역에 위치한 프레야칼룬의 성교육 수업시간. 14세와 15세 학생들이 모인 이날 수업은 ‘17세에 임신을 한다면’을 주제로 한 토론수업과, 인물들의 사진을 보고 연관된 두 사람을 짝짓는 매칭수업이 진행됐다.

1955년 초·중·고 성교육 의무화
1년에 30시간 의무적으로 수업

기구 사용법 숙지하는 피임 교육
성 관련 이슈 의견 나누는 토론 등
다양한 수업, 구체적·반복적으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조금 더 큰 집으로 이사하거나 양육비용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야지.”

“파트너가 나보다 나이가 많고 직업을 가졌다면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낙태도 생각해봐야 해”

지난 6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학교 프레야스콜란(Frejaskolan)의 성교육 수업시간. 방학을 앞둔 학교는 분주한 에너지로 가득했지만 과학 교사 제시카 홈스트롬의 교실에서는 진지한 토론이 한창이었다. 8학년(14세)과 9학년(15세) 학생들이 모인 이번 수업의 토론 주제는 ‘17세에 임신을 한다면’이다.

선생님이 질문을 던지자 4~5명씩 그룹을 지어 마주 앉은 학생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교실이 이내 시끌벅적해진다. 파트너, 양육비, 낙태, 섹스, 피임…. 10대들의 수업시간에 나온 말이라고 하기에 다소 ‘민망한 단어’들이 들려왔다. 약 30분간 진행된 토론은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이내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10대에 부모가 된다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

스웨덴에 붙는 ‘최초의 성교육 국가’ 수식어는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스웨덴에서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성교육이 이뤄진다. 일종의 평생교육이다. 학교에서는 더욱 체계적으로 가르친다. 1955년 초·중·고교의 성교육이 의무화됐다. 학생들은 생물 뿐 아니라, 종교, 역사, 문학, 사회학 등 모든 과목에서 성에 관해 배운다.

한국 성교육에 시사점을 얻기 위해 외국의 교육 현장을 돌아봤다. 다보스포럼 성평등지수 1위인 아이슬란드는 유치원에서 ‘남자 같다’‘여자 같다’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성에 관한한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독일은 학교에서 자신의 성기 크기를 재고 피임 도구를 선택하는 법을 가르친다. 10대 임신율이 높고 젠더 폭력이 극심한 중남미도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멕시코와 콜롬비아에서는 ‘탈마초’ 교육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강간 범죄에 관해 매우 구제적으로 가르치고, 성폭력을 당한 친구를 실질적으로 돕는 방법도 학교에서 알려준다. 국가와 문화는 다르지만 세계 곳곳에서 만난 성교육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제 생물학적 성교육을 넘어 모두가 ‘함께’ ‘잘’ 살기 위한 성평등 교육으로 나아가야 할 때”라고 말이다.

■“동성커플도 이성커플과 다르지 않아요”

인구 1만 명의 작은 도시 그네스타에 위치한 프레야스콜란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함께 있는 주립학교다. 스웨덴에서 중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7~9학년(13~15세) 700여 명이 다니고 있다. 이곳의 중학생들은 1년에 의무적으로 30시간의 성교육 수업을 받는다. 아이들에게 성교육 수업은 여느 과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교사의 주입식 강의가 아닌 학생들의 자유로운 토의·토론이 이뤄진다. 청소년 임신을 주제로 한 수업에서 학생들은 낙태를 언급하기도 했지만 출산을 전제로 구체적인 양육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목소리가 더 많았다.

여러 장의 인물 사진을 두고 서로 어울리는 커플을 만드는 ‘매칭 수업’. 소규로로 그룹을 만든 학생들이 사진을 보며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여러 장의 인물 사진을 두고 서로 어울리는 커플을 만드는 ‘매칭 수업’. 소규로로 그룹을 만든 학생들이 사진을 보며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 그룹은 한 쌍 이상의 동성커플을 매칭시켰다.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각 그룹은 한 쌍 이상의 동성커플을 매칭시켰다.

다른 교실에서는 여러 장의 인물 사진을 두고 서로 어울리는 커플을 만드는 ‘매칭 수업’이 진행됐다. 4~5명씩 그룹을 이룬 아이들에게 14장의 인물사진이 주어졌다. 사진 속 인물들은 성별과 나이, 피부색, 옷차림이 모두 다르다. 언뜻 남자인지 여자인지 한눈에 구분되지 않는 인물도 섞여 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리저리 사진을 조합하더니 2장씩 짝을 지어 7쌍의 커플을 만들어낸다. “청바지를 입은 이 여자는 기계를 수리하고 있는 이 남자와 관련이 있어 보여” “이 두 사람은 책을 좋아할 것 같아”. 인물들을 짝지은 이유는 다양하다. 특별한 이유 없이 “왠지 어울려 보여서”라고 밝힌 학생도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모든 그룹에서 한 쌍 이상의 동성 커플을 매칭시켰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같은 성별을 가진 인물들을 커플로 연결하는데 거리낌이 없어 보였다. 이성이 아닌 동성 커플을 조합한 이유를 묻자 “남녀커플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성교육,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스웨덴에서는 성 정체성과 지향성에 구분 없는 교육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기회가 될 때마다, 평범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고, 나와 다르다고 해서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진행한 교사 제시카 홈스트롬이 말했다. 과학 교사인 제시카는 2001년 이 학교에 부임해 와 올해로 18년째 성교육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프레야스콜란에는 제시카를 포함한 두 명의 과학 교사가 근무하고 있다. 보건 교사가 특정 시간을 정해 성교육 수업을 하는 한국과 달리 스웨덴에서는 과학 교사가 생물 교과 안에서 성 관련 수업을 주도한다. 보통 성교육 수업은 학기 초인 2월과 3월에 집중적으로 진행되는데 총 30시간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교사의 재량에 따라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했거나 충분하지 않다고 느끼는 아이들을 위한 보충 수업이 수시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날은 프레야스콜란에서 여름방학 전 마지막 성교육 수업이 진행된 날이었다.

스웨덴의 성교육은 어릴 때부터 단계적으로, 구체적인 커리큘럼에 따라 시행되기로 유명하다. 초등학교 저학년(8~10세) 시기에는 남녀의 차이, 수정과 임신, 태아의 발달, 부모 및 가족의 보살핌 등에 대해 배우고, 초등학교 고학년 시기(11~13세)에는 성기의 구조와 기능, 2차 성징, 자위 행위 등에 대해 학습한다. 중학교(14~16세) 과정에서는 출산에 관한 내용을 중복해서 자세히 다루며 혼인 외의 자녀(사생아), 성병, 피임법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추가로 교육한다. 고등학교(17~20세) 시기에는 새로운 가정의 탄생과 임신·출산·육아에 관한 복지정책, 불능과 불감증, 가정에서의 성교육 등에 관한 내용으로 확대된다.

가르치는 내용 또한 생물학적 범위에 국한되지 않는다. 남녀의 몸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는 신체 교육부터 피임의 종류와 방법, 기구 사용법을 숙지하는 피임 교육, 성 관련 이슈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는 토론 수업까지 다양한 방식의 수업이 ‘구체적’이면서도 ‘반복적’으로 이뤄진다.

성교육 수업시간 중 토론을 하고 있는 학생들. 교사가 주제를 정하면 4~5명씩 소그룹을 이뤄 토론을 진행한다. 그룹별 토론이 끝나면 토론 결과에 대해 반 전체가 다시 한번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성교육 수업시간 중 토론을 하고 있는 학생들. 교사가 주제를 정하면 4~5명씩 소그룹을 이뤄 토론을 진행한다. 그룹별 토론이 끝나면 토론 결과에 대해 반 전체가 다시 한번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프레야스콜란의 과학교사 제시카 홈스트롬. 18년째 이 학교에서 성교육 수업을 주도하고 있는 그는  ‘동의’와 ‘관계’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는 고학년일수록 토론 수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프레야스콜란의 과학교사 제시카 홈스트롬. 18년째 이 학교에서 성교육 수업을 주도하고 있는 그는 ‘동의’와 ‘관계’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는 고학년일수록 토론 수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토론은 스웨덴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중요한 성교육 수업방식이다. 아이들에게 성에 대한 특정 이슈를 여러가지 관점을 탐구하도록 하는 동시에 교사에게는 아이들의 생각과 궁금증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부끄럽고 숨겨야 하는 것’이라는 성에 대한 편견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

제시카는 “‘동의’와 ‘관계’에 대해 한층 깊은 고민을 시작하는 고학년 시기일수록 성교육 수업에서 토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말했다. 서로 질문하고 답하며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하며 ‘성’과 ‘관계’에 대해 보다 넓은 시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토론 주제로는 성 정체성이나 성평등과 관련한 이슈가 주요하게 다뤄지며 성적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참여도도 높다.

■10대 임신율 낮춘 ‘실험실 성교육’

신나는 노래에 맞춰 앙증맞은 모습의 두 주인공이 등장해 춤을 추기 시작한다. 각각 남자와 여자의 성기 모양을 한 주인공의 이름은 ‘스노펜과 스니판(Snoppen och Snippan)’. 스웨덴에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남녀 성기를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춤을 추던 스노펜은 모자를 쓰기도 하고 스니판은 지팡이를 짚은 할머니가 되기도 한다. 쉬운 멜로디 때문인지 꽤 중독성이 있다. 자꾸 흥얼거리게 된다.

스웨덴에서 3~6세 어린이들을 위해 제작한 성교육 애니메이션 ‘스노펜과 스니판’. 재미있는 가사와 멜로디로 제작된 영상에는 남녀 성기 모양의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스웨덴에서 3~6세 어린이들을 위해 제작한 성교육 애니메이션 ‘스노펜과 스니판’. 재미있는 가사와 멜로디로 제작된 영상에는 남녀 성기 모양의 두 주인공이 등장한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 영상은 2015년 스웨덴 공영방송 STV에서 방영된 어린이용 성교육 애니메이션으로 3~6세 어린이들을 위해 제작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 유튜브로 접속해 해당 영상을 보려면 ‘성인인증’을 해야한다.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성기’들이라니, 당시 일부 국가에서는 “어린이들이 보기에 선정적이다”라는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지도 했지만 정작 스웨덴에서는 영상이 공개된 지 한 달도 안 돼 50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만 4세부터 눈높이 맞춘 교육 시작

남녀 성기 모양 주인공 등장하는

어린이용 성교육 애니메이션도

만 4세부터 성교육을 시작하는 스웨덴은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신체에 대해 알아갈 수 있도록 공을 들인다. ‘스노펜과 스니판’외에도 ‘아기가 만들어지는 방법’, ‘박테리아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 ‘근육의 역할’ 등 어린이들을 위한 영상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어렵지 않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면서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주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교육은 피임 교육에도 적용된다.

보수적인 사회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성에 대한 정보를 주는 것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성교육의 효과는 이미 여러가지로 입증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성교육은 10대 임신과 낙태를 감소시키고 15~24세의 성병과 HIV 감염·성적 학대와 호모포비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과 성평등을 고양시키는 효과도 있다.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 중 ‘동의’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영상은 성관계 동의를 구하는 상황을 누군가에게 차를 권했을 때의 상황과 빗대어 설명한다. 차를 권했을 때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마시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권하거나 억지로 먹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 중 ‘동의’에 관한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영상은 성관계 동의를 구하는 상황을 누군가에게 차를 권했을 때의 상황과 빗대어 설명한다. 차를 권했을 때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마시고 싶어하지 않는다면 더이상 권하거나 억지로 먹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프레야스콜란에 다니는 8학년(14세) 앨리스는 신체와 피임에 대해 여러 차례 교육을 받았다. 수업시간에 남녀의 나체를 보거나 성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어렸을 때부터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몸에 대해 배웠어요. 5학년 수업시간에는 샤워하는 동영상을 보면서 선생님께서 몸의 각 부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고요. 피임에 대해선 7학년 때 배웠는데 내년에도 수업이 있어요. 상황에 따라 피임기구를 어떻게 사용하고 어떤 효과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아요. 사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제대로 사용할 수 없고 성관계를 하다 병에 걸릴 수도 있거든요.”

15세부터 성적 자기결정권 가져
학교 안팎서 콘돔 무료로 제공
10대 출산율, 유럽서 최저 수준

성평등 포함한 ‘포괄적 성교육’
모든 과목에 성인지적 관점 반영
균형있는 성 의식 형성 목표로

15세부터 성적 자기 결정권을 갖는 스웨덴에서는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피임 교육이 시작된다. 학교에서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학생들에게 사용 가능한 콘돔을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누구나 어렵지 않게 콘돔을 구할 수 있다. 청소년이 콘돔을 사려면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하는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피임 교육도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스웨덴 학교의 피임 수업이 일반 교실이 아닌 ‘실험실’에서 진행된다. 학생들은 콘돔을 직접 모형에 씌우거나 물을 채워 모양이 변화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피임기구가 작용하는지 과학적 원리에 대한 이론부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제품들의 특징, 제조날짜 확인하는 법, 콘돔이 찢어지지 않게 뜯는 방법 등 세밀한 내용까지 수업시간에 배운다.

교사와 학생들은 이와 같은 구체적인 피임 교육이 매우 중요하며 효과를 발휘한다고 믿는다. 매년 여러 번에 걸쳐 실험실에서의 ‘훈련’을 반복하는 이유다. 10대 출산율은 이러한 피임 교육이 어떠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수치 중 하나다. 스웨덴의 10대 출산율은 출산인구 100명당 0.98명으로 유럽국가 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영국(3.45명)과 프랑스(2.30)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인근 북유럽 국가인 핀란드(1.66명), 덴마크(1.0명) 보다도 낮다.

스웨덴에서 만난 13~15세 학생들은 피임 교육을 스스로의 성 건강을 지키기 위해 꼭 받아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피임 없는 성관계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최대한 구체적으고 실용적으로 배우는 게 좋다”라고 입을 모았다.

■모든 교사가 성교육 선생님

과학 교사가 학교에서의 성교육을 주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담은 아니다. 스웨덴에서는 모든 과목에 걸쳐 각 학문에 필요한 성 지식과 성 인지적 관점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모두가 성교육 선생님인 셈이다.

스웨덴 교육부(Skolverket)의 토베 브리엘 교육팀장.

스웨덴 교육부(Skolverket)의 토베 브리엘 교육팀장.

스웨덴 교육청에서 만난 토베 브리엘 교육팀장은 “스웨덴의 성교육은 생물학적 성뿐만 아니라 성 정체성과 성 지향성, 성평등까지 포함하는 넓은 범위를 뜻하며 이러한 관점이 각 과목에 녹아 있는 ‘포괄적 성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교육부에서 내놓은 ‘성교육 교과과정’(Sex Education:Gender equality, sexuality and human relationships in the Swedish Curricula)을 보면 각 과목별로 어떠한 내용을 포함시켜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4~6학년의 생물학 시간에는 사춘기와 2차 성징 및 성 정체성에 관한 궁금증, 남자와 여자의 관계, 사랑과 책임 등을 교육하도록 되어 있다. 종교 과목에서는 성 역할에 대한 도덕적 궁금증과 성차별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회 과목에서는 다양한 가족 형태와 동거 유형, 미디어와 광고, 대중문화에서 성 역할을 표현하는 방식을 가르쳐야 한다.

성 인지적 관점은 체육, 음악, 미술 등 예체능 과목과 공예, 기술, 지리 과목의 교과과정에도 반영되어 있다. 미술 수업에서는 그림을 통해 성 정체성과 섹슈얼리티, 민족성 및 권력 관계를 탐구하고, 기술 과목에서는 기술에 대한 문화적 태도가 남성과 여성의 직업선택과 기술 이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배우는 식이다. 다양한 과목과 연계한 성교육은 아이들이 성에 대한 기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종교, 사회, 역사, 문화 등 여러 관점에서 성을 이해하고 균형감 있는 성 의식을 형성하도록 돕는다.

상담교사 레나 황씨가 스웨덴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의 세가지 관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상담교사 레나 황씨가 스웨덴 학교에서 이뤄지는 성교육의 세가지 관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교과서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22년 차 상담교사 레나 황씨는 “스웨덴 학교의 성교육은 세 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다양한 과목에 걸친 통합적 성교육’이며 두 번째는 ‘생활 속의 모든 기회를 통한 성교육’이다. 가령 아침 뉴스에 성 관련 이슈가 나오면 교사는 이에 대해 학생들에게 묻고 토론하도록 한다. 미디어나 일상생활에 등장하는 모든 사건 사고가 주제가 된다. 세 번째는 ‘특별수업이나 행사를 통한 성평등 교육의 다각화’이다. 특별수업은 학교 성교육에 더해 성 관련 건강, 인권, 여성의 권리 등 다양한 주제로 진행된다. 세계 여성의 날, 세계 에이즈의 날 등 특별한 국제기념일과 교육을 연계하기도 하는데 교사가 관련 기관에 의뢰해 전문가를 학교로 초빙하거나 학생들이 직접 기관을 견학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레나 황씨는 “성평등은 국가적 차원에서 높은 수준으로 강조되고 있는 가치”라며 “스웨덴 교육법령에는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모든 구성원은 평등하며 성 정체성과 성적 취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하게 명시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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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취재팀

노정연·임소정·김찬호·최민지(모바일팀), 이보라(사회부) 기자

■ 취재지원: 한국언론진흥재단

<스톡홀름 | 글·사진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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